김동기: 숲섬파도

2023.10.13 ▶ 2023.11.10

더 소소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주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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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곶자왈프로젝트73-216 2019-2021, 한지에 목판화,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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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곶자왈프로젝트73-216 2019-2021, 한지에 목판화,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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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바위섬 2017, 한지 판화지 합지 순지에 실크스크린 꼴라쥬 컷팅 ,가변설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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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바위섬 2017, 한지 판화지 합지 순지에 실크스크린 꼴라쥬 컷팅 ,가변설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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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백파 1-64 2022-2023, 한지에 목판화, 22.5x40cm 64개

  • Press Release

    김동기의 개인전 《숲섬파도》가 2023년 10월11일부터 11월10일까지 을지로의 더 소소 5층에서 개최된다. 김동기는 거대한 자연을 자신의 삶에서 나오는 규격들로 옮겨 전시장을 채운다. 판화를 주요 매체로 작업하는 김동기는 긴 시간 노동으로 반복된 작은 제스처들을 모아 거대한 숲과 섬, 그리고 파도를 전시장에 옮겨놓았다. 2023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김동기 작가는 목판화와 실크스크린을 이용한 판화의 확장법을 우직하게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숲>은 제주의 곶자왈을 한지(장지)에 목판화로 찍어낸 작품으로 2016년부터 시작하여 288개의 조각을 완성했다. 전시장의 전면을 가득 채운 눈 내린 곶자왈에서부터 창문 아래에 설치된 고사리잎이 가득한 곶자왈까지 작가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섬>은 도시의 재개발로 인하여 사라진 산동네를 섬으로 재조직하여 표현한 작업으로, 더 소소의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과의 뜻밖의 조우가 색다른 광경을 만들어낸다. <파도>는 태풍이 오기 전 바위에 부딪치는 바다를 표현한 작업으로 옥상의 작은 윈도우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김동기(b.1980)는 추계예술대에서 판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서 예술전문사(석사)를 받았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얕고,느리고,넓게〉(2023,뮤지엄산), 〈나무들_서울〉(2020,갤러리조선), 〈얇게 패인 숲〉(2020,양주시립미술관레지던시갤러리)가 있으며, <제주 숲, 곶자왈 이야기>(2023,기당미술관), 〈에코토피아〉(2020,천안예술의전당미술관), 〈공존:당신과 내가 사는 곳〉(2019,안산문화예술의전당), 〈찍다〉(2018,수원시립미술관), 〈층과 사이〉(2017,국립현대미술관)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2년 강국진미술상, 2019년 울산국제목판화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가노트

    #프레스기

    판화가는 프레스기라는 기계에 규격에 작품을 맞춘다. 나도 그런 것이 학교를 다닐 때 큰 작업을 많이 했다. 뭐 그렇게 욕심이 많았는지 큰 작품이 좋았다. 학교에서 나와 작업을 시작하니 난 큰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작업실도 없고, 프레스기도 없었다.
    제주에 작업하러 내려가서 양재열 작가에게 작은 프레스기를 빌릴 수 있었다. 곶자왈 숲을 전시장에 옮겨놓고 싶은데 그 작은 프레스기가 나의 규격이 되었다. 나는 2016년의 규격을 40x40cm로 정했다.

    #집
    붉은 벽돌집은 나에게 이사 가지 않는 첫 번째 집이다. 작은 양옥에서 살던 나는 그 집을 부수고 다시 집을 지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집은 나라가 정해준 규칙과 규격안에서 비슷한 형태로 생겨났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59제곱미터, 72제곱미터, 84제곱미터라는 기준에서 생겨나는 비슷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섬
    대학교를 다닐 때 우리 학교는 북아현동에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집들로 가득찬 산동네 풍경이었다. 졸업하고 몇 년이 흐른 뒤 학교 근처를 지나다 바라본 풍경은 산이 거대한 삽으로 떠낸 것처럼 사라지고 큰 웅덩이가 생겨져 있었다.

    #클로즈업
    목판화를 팔 때 나의 시선은 아마도 핸드폰을 보고 있는 정도일 것이다. 하얀 점들을 파내어 가다보면 나는 그 작은 손짓의 변화를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바라보면, 형상으로부터 서서히 앞으로 다가가 나의 작은 파냄을 바라본다.


    작가평론

    얕기의 깊이, 빠르기의 느리기, 좁기의 넓기

    - 김동기의 목판화로부터

    판화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경험이 몸에 새겨진다. 판화가가 실천해 나가는 온 과정은 힘과 속도, 방향을 조정하는 일이다. 몸통에서 어깨로, 다시 손목을 지렛대 삼아 손마디와 손톱 끝으로 전이되는 힘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게 단단한 표면을 떠내고, 미끄러지듯 내부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특수한 감각은 몸 속 더 깊숙한 어딘가에 남는다. 이것이 내가 판화 과정에 대하여 간직하고 있는 얄팍한 기억이자 묵직한 그리움의 정서다.

    판화를 주요한 매체 삼아 활동해 온 작가 김동기를 만나기 전부터 나는 줄곧 화면에 드러난 이미지의 해석이나 주제적 함의를 밝혀내는 일 보다는 판화에 응축된 힘의 상태와 나무 원판의 단단함과 무른 정도, 도구가 가진 예리함의 척도, 중추 신경과 미세 근육 사이의 신경학적 협응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작가에게미안하게도, 궁금한 것들은 그런 것들이었다. 해보지 않고서는, 도통 알 수 없는 그런 영역의 예술 노동이 갖는 특수성은 언제나 아주 구체적이고 촉각적인 심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김동기가 과거에 발표해 왔던 일련의 작업들은 결과로만 놓고 보자면, 그것들은 회화와 조각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형식적 특질과 설치 감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능숙하고 유연하다. 그리고 작업 세계의 작은 변곡점들이 있지만 일관된 톤과 매너가 있다. 이를테면, 벽면에 고정된 판화의 안면들은 끊임없이 세계의 겉면을, 풍경의 층리를 할퀴고 떠내어 드러난 살갗과 몸체 같은 것들이다. 짙게 배어든 먹 색과 톤 다운된 몇 가지 색조로 표현된 화면이 묘사하는 세계의 정경은 대체로 어둡고 눅눅하다. 지나치게 웃자란 나무, 밀도가 높아 보이는 숲, 강팍한 건축 골조의 이미지는 주변부로 밀려난 원시 자연과 방치된 도시 문명을 드러내고 있다. 투명함과 경쾌함이 결여된 화면들은 판화의 전형성에서 비껴 나 있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장르 안으로 손쉽게 수렴 되지도 않는다.

    사람과 생명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그의 작업 전반에 낮게 깔린 우울과 불안의 정서는 역설적이게도 그의 작업을 주목하게 만드는 문학적 통로이자, 부족한 서사를 보완하여 바라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우리만큼 섬세하면서도 거침없이 빠르게 이어지는 선들이 이루는 면적과 양감. 그 사이를 관통하는 억센 운동감과 이미지의 농도야 말로 김동기 작업의 중요한 에너지다.

    근작들을 살펴보면, 찍어낸 것이라고 하기엔 올올이 결이 서있고, 그려낸 환영이라고 하기엔 화면 내부로 뻗어있는, 얕고 깊은 흔적이 자명하다. 손끝으로 자분자분하게 일으켜 세운 듯한 이미지의 공예적 미감, 날카로운 사금파리 조각으로 널따란 화면을 스치고 지나간 듯한 속도 감각, 흩뿌리듯 빠르게 채워나간 액션으로부터 페인터의 “자동기술”적 (automatism) 습관 같은 것들을 떠올려 보게도 한다. 정확한 사진 기억을 지닌 작가로부터 인출된 풍경에는 언제나 알맞은 긴장감과 운동감이 묻어난다. 빠르지만, 무념하고, 놓친 것 하나 없는 그런 풍경.

    한편, 동시대 판화에는 다양한 기법적 혁신과 디지털 변이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의 작업들을 마주함에 있어 ‘새긴다’ 혹은 ‘파낸다’ 라는 식의 전형적인 동작-용언들은 지나치게 협소한 접근이자 평면적 서술일 테다. 다만, 아주 일반적인 캔버스 작업이나 디지털 툴을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회화적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여타의 작업에 비해 작가의 작업들로부터 강인한 감각과 유연한 속도감을 훨씬 구체적으로 전달받게 되는 것만은 자명하다. 표면에 묻어난 다양한 흔적들로부터 날카롭게 파내는 힘과 둔중하게 찍어내는 압력을 반대로 복기해 보는 일은 평면과 입체, 이미지의 생산 과정과 결과값 사이에 놓인 블랙박스를 들여다 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얕기의 깊이를, 빠르기의 느리기를, 좁기의 넓기를 가늠해 보는 일이다.

    비교적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제주 곶자왈의 풍경 연작(2017~)과 잠실의 아파트 단지 풍경 속 나무들을 목판으로 담아낸 <나무들_서울>(2020) 시리즈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떤 변화들이 본능적으로 감지된다. 작업의 테크닉이나 설치 방식의 변화, 주제의식의 심화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태도와 작업의 호흡이 달라진 것은 작업이 발산하는 좀 더 넓어진 에너지로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관조적 태도로부터 비롯된 일일 것이다. 매일 무엇인가 새롭게 발굴하고 이미지로 생산해 내야 하는 숙제를 머리에 지고 사는 이의 발걸음은 어떨까. 숨부터 가빠지고, 입이 마른다. 가장 비근한 삶의 반경 안에서 매일 마주하는 풍경의 변화를 눈과 마음에 넣어두고, 작업실 안에서 느굿하게 판각해 나가는 손길에는 불필요한 초조함이나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피곤함이 없다. 실제로 느긋했을지는 모르겠다. 예상과 다르게 엄청난 빠르기와 집중적인 힘으로, 거대한 화면들에 맞서 공격적인 분투를 통해 빈 공간을 채워 나갔을지 모를 일이다. 두 모습 모두 우리가 상상하는 예술가의 실존적 삶이자, 실재하는 허상이기도 할 것이다.

    도시의 한 가운데서 기거하는 오래된 나무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언제 그곳으로 옮겨와 맹렬하게 생장하고, 어떻게 생을 다하는지 작가는 아무 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물론 작업도 입을 닫고 있다. 우리를 마주보는 저 어둑어둑한 화면과 한 때 흐드러지게 피어났을 벚꽃 나무 어디에도 어떤 구체적 근거나 암시, 추론을 활성화시킬 것들은 없다. 익숙한 풍경을 복각해 낸 것 같지만, 그저 추상적 정경인 셈이다.

    그러나 곶자왈 숲의 웃자란 나무들로부터, 잠실의 화사한 꽃송이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의 기계적 창틀로부터 과도한 문학적 해석, 추상을 해체하고자 하는 마음, 너무나도 손쉬운 문명사적 비판으로부터 한 발 짝 떨어져 나와 본다. 그저 목판 위에 커다란 몸을 수그려 줄곧 무엇인가를 파내는 손과 팔목의 움직임, 몸통의 뒤틀림, 척추의 안쓰러운 고통에 대한 짐작을 해본다. 그것이 작업의 감상자이자, 비평가로서 그의 작업을 보았던 기억을 되살리며 취한 태세이자, 유지했던 태도다. 끝내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많지만, 단단한 것들을 거스르는 활달한 궤적을, 겨우내 언 땅을 파듯 날카롭게 꽂아 내리는 손끝의 깊이를 느끼며, 또 다시 찾아온 텁텁한 봄을 피부로 느끼며, 시간의 풍경을 마음 속에 헤아리고 새겨본다. 얕고, 느리고, 넓게.

    글 조주리 (미술비평, 기획)

    전시제목김동기: 숲섬파도

    전시기간2023.10.13(금) - 2023.11.10(금)

    참여작가 김동기

    관람시간01:00pm - 06:00pm

    휴관일월, 화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더 소소 The SoSo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주교동) )

    후원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후원

    연락처031-949-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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