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CT:Anti-aging
2024.05.14 ▶ 2024.06.26
2024.05.14 ▶ 2024.06.26
전시 포스터
윤이도
밤의 얼룩 장지에 먹, 가변설치, 2022
윤이도
오래된 집은 이윽고 밤을 맞이하기로 했다 장지에 먹, 126×132cm, 2022
김태희
하얀 주름 | 옥탑 파사드 투명 우레탄, 187ⅹ216cm, 69ⅹ170cm, 2022
김태희
이동하는 동그라미 | 제라늄 투명 우레탄에 실리콘, 지름30ⅹ1cm, 2022
윤이도와 김태희가 결성한 프로젝트 팀 XXX는 현대 사회가 젊고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Anti-aging”이라는 기치 아래 작동한다고 보았다. “Anti-aging”이라는 항상성은 도시가 탄생하고 소멸하는 메커니즘이며, 노인 세대가 달성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이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되었다. 오래된 도시는 동시대의 경제 논리 속에서 재개발 지역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으며, 노인은 한때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이었다가 나이 듦에 따라 변두리로 밀려난다. XXX는 노인 세대와 도시에 “Anti-aging”이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시각에서 비껴나, 이들 삶이 그리는 숨결의 리듬에서 생성과 소멸을 결정짓는 또 다른 작동 방식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전시는 <오래된 집>, <일만 섬의 집>, < Bubble-Bubble >, <숨숨집>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오래된 집>에서는 윤이도의 외할머니 댁과 텃밭, 김태희의 친할머니 댁을 중심으로 집이 내포한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탐구한다. 두 채의 할머니 집은 곧 재개발로 사라지고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XXX는 노인 세대에게 집이란 치열한 삶에 대한 인생의 증거물이자 증표, 정체성, 나의 땅, 터전이자 뿌리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져 거주지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는 오늘날, 노인 세대의 시선을 경유해 집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고자 한다.
<일만 섬의 집>에서 XXX는 할머니 집에 대한 탐구를 구도심과 조화를 이루며 재개발이 진행된 인천 동구 만석동으로 확장한다. 만석(萬石)은 셀 수 없이 많은 일만 섬의 곡식을 뜻하며 만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만섬은 만개의 섬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철길과 아파트 단지 사이 섬처럼 위치한 만석동의 특성과 맞닿는다. XXX는 만석동에서 조우한 마을의 인상, 역사, 생애와 사라지는 것들의 촉감을 모아 일만 개의 반짝이는 섬, 일만 섬의 집을 엮는다.
< Bubble-Bubble >은 내 집 마련을 꿈꾸기 어려운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섹션이다. XXX는 집값이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진 곳, 재개발 지역 등에서 트램펄린을 타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그리고 전시장에 퍼포먼스 기록 영상을 상영하고 관객이 트램펄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집값 상승 그래프, 도시, 집 이미지가 담긴 트램펄린을 통해 실제 공간으로서의 집과 집값이라는 추상적 숫자 사이를 감각해 보고자 한다.
<숨숨집>은 살아 숨 쉬는 도시를 시각화하려는 시도이다. XXX는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이 순환골재로 활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현장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목재, 유리 등을 모래나 건축자재로 재사용한다는 것이다. XXX는 이에 착안하여 구도심의 재개발 현장에서 마주치거나 수집한 돌무더기에 집중한다. 건축물이 공간에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삶을 기억하는 목격자로 가정할 수 있다면, 건축 폐기물로 조각난 이야기-목격자가 새롭게 기록할 미래의 시간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은 접힌 주름처럼 필연적인 한 쌍으로 존재한다. XXX는 시작과 끝을 잇는 단선적인 시간축에 크고 작은 이야기를 교차해 다양한 크기의 주름을 형성한다. 직선의 시간축은 주름이 접힌 방향, 모양, 크기, 각도에 따라 다양한 방향성을 그린다. XXX는 접어낸 시간축에 건축물, 도시, 일생에서 발굴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들의 사회적 가치를 환기하고자 한다.
■ 팀소개 : XXX(윤이도, 김태희)
프로젝트 그룹 XXX는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에서 개인 작업을 전개해 온 윤이도, 김태희에 의해 2021년 결성되었다. XXX는 제2급 긴급 상황에 발신하는 국제 공통 긴급 신호이자, 익명의 누군가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호칭이다. 따라서 XXX는 익명의 존재들이 보내는 긴급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XXX는 노인과 도시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것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시간의 단층을 탐구한다. 단층에서 마주한 다양한 신호와 수많은 이름에 내재된 사회적 감수성을 XXX의 조형언어로 이야기하며,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주요 전시로는 재개발로 사라질 두 채의 할머니 집을 탐구한 《231.4m2+131.82m3》(갤러리175, 서울, 2022), 집을 주제로 음악, 사진, 회화, 건축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꾸린 《HxOxMxE》(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22), 전시 연계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로 구로구 궁동 재개발 부지에서 진행된 <비석 찾기>(2022), 영등포구 친할머니 자택 옥상에서 진행된 <구멍 찾기>(2022)가 있다. 최근에는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인 인천 만석동의 오래된 도시를 탐구한 전시 《단편집》(우리미술관, 인천, 2023)을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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