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2024.07.26 ▶ 2024.08.17
2024.07.26 ▶ 2024.08.17
전시 포스터
박기웅
작가 박기웅 프로필 사진
박기웅
Distortion_002 2024, Oil on canvas, 162.2ⅹ130.3cm
박기웅
Distortion_004 2024, Oil on canvas, 162.2ⅹ130.3cm
박기웅
Dissolve_Sideshow Bob 2024, Oil on canvas, 116.8×91cm
박기웅
Montage_Ursula 2024, Oil on canvas, 116.8×91cm
박기웅
Montage_Gargamel 2024, Oil on canvas, 116.8×91cm
박기웅
Dissolve_Cruella 2024, Oil on canvas, 72.7×60.6cm
박기웅
Dissolve_Jafar 2024, Oil on canvas, 72.7×60.6cm
ART CHOSUN과 TV CHOSUN이 공동 주최하고 ART CHOSUN SPACE가 기획한 박기웅(Park Ki Woong, b. 1985)의 개인전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가 2024년 7월 26일부터 8월 17일까지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ACS는 조선미디어그룹 유일의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조선이 2022년 1월에 설립한 동시대 복합 문화예술공간이다.
전시명인 《몽타쥬》는 영화 편집 기법 중 하나로, 따로 촬영된 짧은 화면을 떼어 붙여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범인 또는 용의자의 얼굴 윤곽을 잡아내기 위해 목격자들의 기억을 합친 이미지를 뜻하기도 한다. 박기웅 작품 속의 빌런(Villain, 악당 또는 악역) 캐릭터들은 범죄 수사에서의 몽타주를 연상시키면서도 영화 속 짧은 화면을 편집한 이미지처럼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박기웅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이전 전시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작년 롯데타워에서 개최된 《48빌런즈》 전시에서는 도상의 원형을 충실히 재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이 더해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50호의 작품은 핸드페인팅 기법으로 제작되어 작가의 섬세한 감정선과 터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기에는 조색을 한 뒤 캔버스에 작업을 진행했으나, 점차 캔버스 위에서 바로 조색하며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는 유화 물감의 건조 속도가 느리다는 특성을 활용해, 물감을 직접적으로 캔버스에 조형하면서 작가의 해석이 더욱 진하게 배어 나오게 한 것이다.
부제인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는 드라마 셜록의 대사이다. 악당은 그간 대중매체에서 상투적이고 평면적으로 다뤄졌다. 주인공을 위해, 서사를 위해 희생되기도 했다. ‘매트릭스’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작품 속 악당의 이름을 기억하는 관객은 드물다. 21년 차 배우인 박기웅은 드라마 ‘추노’, ‘각시탈’, 영화 ‘최종병기 활’ 등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도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박기웅은 연기를 하며 선과 악의 고정관념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악역은 극 중의 주변 상황으로 인한 오해로 빌런으로 비춰지는 경우도 많았고, 그들 삶의 내러티브를 이해하면 캐릭터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박기웅은 작가로서 전통적인 악당의 개념을 재해석한다. 악당을 단순히 주인공에 반(反)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목표와 비전을 가진 인물로서 바라보며 편견으로 인해 고착화된 이미지를 탈바꿈한다. 박기웅의 작품에는 ‘라이온 킹’의 스카, ‘알라딘’의 자파,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크루엘라 등 다양한 악당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캐릭터들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고 주인공과 대립하게 되는 질투와 탐욕으로 가득 찬 빌런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빌런의 관점에서 극을 다시 해석해 보면, 톰은 제리를 잡으려고 애쓰지만 매번 실패하는 불쌍한 캐릭터로, 고길동은 둘리와 친구들의 장난과 소란에 시달리지만 이들을 받아들이고 돌보는 대인배로 볼 수 있다.
쇼윈도 벽면을 가득 채운 20호 연작들은 모노톤의 빌런들 위에 녹색의 글레이징 기법으로 역동성을 부여했다. 영화를 촬영할 때, 카메라 렌즈 앞에 매트박스(Matte Box)가 존재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빛의 유입을 막고 영상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매트박스에 영상 톤을 맞추고 반사를 줄이기 위해 유리 필터를 장착하여 촬영하기도 하는데, 박기웅은 이 점이 바로 글레이징의 느낌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녹색은 작가가 생각하기에 빌런을 상징하는 색채이다. 녹색에서도 투명도와 색온도를 조금씩 다르게 작업하여 매트박스 앞에 들어가는 다양한 필터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전시장의 ‘ㄷ’자 공간에는 1928년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상영한다. 주인공인 미키마우스는 시대를 뛰어넘어 디즈니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지만, 다양한 동물들을 악기로서 이용하며 괴롭히는 등 악랄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완전한 선한 역이 존재하는가?’, ‘악역은 선한 역이 될 수 없는가?’, ‘선한 역도 악역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복잡하고 다양한 이면을 가지고 있으며, 종종 인간의 입체성을 망각한 채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쉽게 타인을 판단하곤 한다. 이러한 편견은 우리의 인식 구조 속에 자리 잡아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기웅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선사한다. 또한,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속 캐릭터를 성장 후 다시 되짚어보면서, 인생이란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도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 나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여 관람객들은 편견을 넘어선 참신한 시각을 경험하고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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