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흐르는 강물 리넨에 유채_70×60cm_2024
김재형
나무가 우거진 길 리넨에 유채_140×100cm_2024
김재형
너무 멀지 않은 곳 리넨에 유채_104×110cm_2023
김재형
세 여자 리넨에 유채_79×65cm_2024
김재형
나무 타기 리넨에 유채_115×91cm_2024
김재형
입 속의 녹색 리넨에 유채_80×115cm_2024
김재형
눈온 뒤 아침 리넨에 유채_80×120cm_2024
갤러리 담에서는 오랫동안 미국과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형의 세 번째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입안의 잎>이란 전시 제목에서 말하듯이 어느 날 풀잎을 씹어본 작가는 할까말까의 갈림길에서 뭐가 될 지 모르지만 시도해보는 쪽으로 택한다. 삶에서 소중한 순간을 ‘반짝임’이라고 말하고 있는 작가의 말을 빌어보자면,
너무나 아쉬운 이별의 순간에도, 빛나는 바다를 처음 본 순간에도, 갓 태어난 아이의 손을 잡은 그 촉감에서도 그 반짝임은 느껴진다. 그렇게 삶의 특별한 부분들에서 그것은 드러나지만 조금 더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도 그 반짝임은 발견될 수 있다. 다만 먼지처럼 흩어져 있을 때도 있고 젖은 조약돌의 빛남처럼 금세 숨어버리기도 한다.
반짝이지만 보석을 모으듯 모을 수가 없고 기억에도 담기 힘들 그런 것들,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면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미지만 남아있어요.’라고, 한다. 그런 것들을 그림에 조금씩 모아본다.
그 ‘반짝임’은 반짝이는 한 순간의 기억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들을 빛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나무가 우거진 길>에서는 숲으로 난 길을 가는 숲 그늘 사이로 숲 터널 끝에 밝은 빛이 빛나고 있다. 빛은 숲의 입구에서부터 숲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길은 작가가 가야할 길이기도 한 거 일지도 모른다. <세 여자>라는 작품에서 보면 엄마와 딸 두명의 서로 다른 시선과 그들 모녀들 위로 반짝이는 빛을 표현하고 있다. 각자의 관심사가 다른 모습들을 시선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나무타기 >, <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다 > 라는 작품에서는 나무와 사람이, 때로는 배경과 사람이 같은 색조로 들어가 있어 사람이 지난 흔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한국에서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더 많은 학습을 위해 영국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에서 석사과정을, 그후 독일 뮌휀미술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후 지금은 뮌헨에서 자리를 잡고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글
입안의 잎
작업노트 중에서 -김재형- 2024년 8월
현재의 질문은 항상 새롭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자주 과거에서 질문의 답을 찾고는 한다. 매 겨울마다 높은 산에는 눈이 내리지만 수 많은 눈송이 중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은 없다. 자연의 순환,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 여러 삶과 죽음이 존재하지만 그 중 똑같은 삶이나 죽음도 없다.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늘 새롭다’는 사실을 잊었다가 다시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에 작은 여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여백은 도시 아무 데나 서 있을 법한 나무 한 그루나 방금 떨어진 작은 빗방울에서 느낄 수 있다. 혹은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발견할 수도 있다. 아주 가깝게는 오늘 입 안에 들어가는 사소한 무언가에서 비롯할 수도 있다.
평소 습관대로 아무 초록 잎을 하나 주워 입에 물고 아주 살살 씹는다. 친구가 물끄러미 보다가 그 잎으로 그러다가는 피부가 가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우거진 나무들 사이 잔디에 앉아서 나는 내 이 자국이 약간 생긴 이파리를 바라본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그곳에 내가 있었는지, 스스로 행동 하는가 안 하는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만든 영화 ‘노 베어스’는 시각적 연출이 아닌, 언제 가고 언제 멈추며 언제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그것을 중단하는지가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미지를 다루는 이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매이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느 곳에 내 자신이 존재하는가, 거기서 내가 그 행동을 하는가 여부다.
바위산을 타고 며칠을 걸어도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메마르고 추운 사막에서 뜬금없이 빗방울이 내 이마를 때린다.
척박한 환경에서 물과 음식을 간절히 찾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좇는다.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는 제쳐 둔 채. 그 반짝이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일 때도, 누구의 꿈일 때도, 혹은 기억 속 누군가 찰나의 표정일 때도 있다.
사람의 몸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지만 마음은 차가웠다 뜨거웠다 한다. 그 반짝이는 것들은 마음을 뜨겁게 하는 연료가 된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상대의 눈동자에서 그 반짝이는 연료가 타오름을 본다.
반짝이는 것을 좇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간절하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영역이 아니므로 특유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혼란스러운 군중 속에서 부모가 쉽게 아이를 찾아내는 것처럼. 그것은 찾아도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쉬운 이별의 순간이나 빛나는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갓 태어난 아기와 손을 잡을 때의 촉감에서 그 반짝임은 두드러진다. 이처럼 삶의 특별한 순간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평범한 일상에도 그것은 있다. 다만 먼지처럼 흩어져 있거나 젖은 조약돌처럼 이내 빛을 숨길 뿐이다.
반짝이지만 보석을 모으듯 모을 수가 없고, 기억에도 담기 힘든 그런 것들. 우리는 그 반짝이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면 “설명은 잘 못하겠고, 이미지만 남아있어요”라고 한다. 그런 것들을 그림에 조금씩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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