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 응시의 기록 The Record of Gaze
2024.12.04 ▶ 2024.12.10
2024.12.04 ▶ 2024.12.10
전시 포스터
김소연
선-시간-7 장지에 채색, 97×135cm, 2024
김소연
관계-원-9-2 장지에 채색, 120×120cm, 2023
김소연
관계-원-9-4series-1 장지에 채색, 92×100cm, 2024
김소연
선-경계-4 장지에 채색, 89×89cm, 2024
김소연
선-시간-4 장지에 채색, 108.5×120cm, 2023
김소연
선-시간-9 장지에 채색, 140×140cm, 2024
경계의 초월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의사소통은 현실에서 중요시되는 교류이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표명하거나 확실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우선 질문을 던진다. 궁금한 부분을 묻고 답을 구하는 과정은 어떠한 대상을 알고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는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원했던 지식이나 자료를 일부 확보할 수 있다. 궁금했던 것이 해결되면 우리는 잠시나마 스스로 헤맸던 모든 답을 찾은 것처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순환되는 물음 속 정보를 접하는 순간들이 항상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서로 다른 대상 사이에 놓인 진실들은 개인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늘 존재하며 우리는 미처 간파하지 못한 정보를 뒷전에 두기도 한다. 모든 답이 분명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확언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알 수 없는 혹은 알지 못하는 여백과 여지의 가능성 때문이다. 김소연 작가는 작업을 통해 본인에게 던지는 질문을 바탕으로 보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행위를 재해석한다.
작업은 처음 시작된 최초의 물음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관심을 가지고 모색한 주제를 탐구하기 위한 조사를 계속한다. 질문에 대한 답은 바탕재인 장지 위에서 즉흥성을 발휘하며 드러나고 결과물이 굳어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A=B, B=A라고 정의하기 전 수많은 오판과 깨달음의 결핍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작품에서 피어오르는 예측 불가능한 양상들을 제기했던 의문의 답으로 여기고 말과 글로 형언하지 못하는 지점을 관객에게 노출한다. 선적인 경계를 희미하게 뒤로 하며 그 위에 번진 색감은 불수의적으로 넘쳐흐른다. 원형 또는 격자 등의 무늬를 띠는 경계는 이미 사전에 습득한 자료로 계산이 가능한 영역을 상징하는 듯하다. 반면에 프레임 밖에서 그어진 기준을 자유분방하게 탈피하는 모습은 예정되지 않은 무수한 변수를 간접적으로 비유한다. 물감이 넓게 퍼지는 경우 경계를 넘나드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빛깔의 중첩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지에 처음 붓이 닿을 때 각각의 흔적이 어디까지 확장할지 가늠하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에서 재료가 가장 마지막으로 흡수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작업에서 이러한 간극은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상이며 결국 우리의 현실에서 함께하는 사실 공방과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스스로 던진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 초기에 발견했던 진실은 새로 드러난 정보로 다시 수정되고 덮이며 변화한다. 처음부터 대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내놓은 질문도 정해진 범위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 곁에 벌어지는 불가항력의 가망성과 작품 세계의 일치를 구축한다.
‘이해’라는 단어는 단순한 동시에 복잡한 의미를 포함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인지하고 있어야만 완벽한 이해라고 칭할 수 있는지, 그 이해라는 것을 성립하는데 얼마나 많은 관문을 넘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현실에 잔존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안다는 것을 주관적인 기준으로 재단하고 어쩌면 스스로 막히는 부분이 없다고 느낄 때 섣불리 이해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성급함, 어느 정도의 부족함을 염두에 두며 배제할 수 없는 확률적 가정과 함께해야만 한다. 김소연 작가는 온전히 덮을 수 없는 빈틈을 작업으로 하여금 열린 결말로 풀어둔다. 이번 전시에서 본인이 묻고자 하는 질문의 답을 작품이 내포하는 시각적 형상으로 더듬어 찾아보기 바란다. 답을 구하게 된다면 그 또한 열린 해석의 여지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보기를 소망한다.
작가 노트
응시의 기록 THE RECORD OF GAZE
작업의 시작은 묻고 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질문의 시작은 이해하고 싶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탐구 같은
거창한 주제들로 시작하지만 결국 그 질문도 나로부터 비롯된다.
온전히 안다고 확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에 대한 물음.
본다는 것, 대상을 인식하는 것,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 다시 묻는다.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물위에 바르게 선을 그어 보겠다는 것처럼 미련한 것일까?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쉽게 정의 내리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이것’과 ‘저것’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진실의 여지 때문은 아닐까?
젖은 장지 안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변형되어지는 형상들은 알 수 없는 삶과 닮았다.
그래서 그림에게 묻는다.
젖은 장지 안에서 경계가 분명한 것들 위로 작업의 의도와 그림의
무의도성을 통해 예기치 않은 대화로 들어선다.
안과 밖이 섞이면서 틀이 깨어지고 바깥과 안의 경계 또한 불분명해진다.
엄격한 선의 경계를 넘어서는 색들은 서로 섞이며 결국 예상치 못한 형상들이 드러난다.
그림 안에서 작가가 책임 질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한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림이 나타낸다.
묻고 답하는 사이 틈이 생기고 그림의 세계와 현실세계와의 동일화가 시작된다.
마지막에 드러난 형상은 나 자신의 의지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알 수 없는 것 그 틈 사이에서
나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을 그림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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