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수빈
비밀의 숲 한지에 채색, 130.2×162.0cm, 2024
김수빈
겹겹이 한지에 채색, 25.0×25.0cm, 2023
김수빈
겹겹이 쌓인 그리움 한지에 채색, 25.0×25.0cm, 2023
김수빈
꽃길 한지에 채색, 45.5×45.5cm, 2023
김수빈
만개한 나무와 빛나는 두개의 별 한지에 채색, 130.2×162.0cm, 2024
김수빈
꽃잎이 된 순간들 한지에 채색, 72.7×91.0cm, 2024
낭만의 표상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는 짧고도 긴 각박한 삶 속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달콤함을 꿈꾼다. 때로 힘겹고 고달픈 시간을 견뎌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낭만이 찾아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낭만은 우리 곁에 매일같이 머무르지 않기에 언제나 갈망의 대상이 된다. 김수빈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상적이고 행복한 순간을 담은 환상의 세계를 공유한다.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벚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애틋함, 그리움과 같은 몽글몽글한 감정을 상징한다. 화폭은 작가가 구상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며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다양한 색채와 소재가 조화롭게 공존한다. 작품은 현실에서 쉬이 마주칠 수 없는 풍경을 나타내지만 작가 스스로 경험한 감각적 서사와 과거에 짙게 자리 잡은 추억이 묻어난다.
추운 겨울이 간신히 끝나 차츰 기온이 풀리기 시작하면 겉옷이 얇아지고 겨우내 어디론가 숨어있던 새싹과 동물들이 고개를 내민다. 온화해진 날씨는 산뜻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게 따스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한 해의 사계절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봄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인 벚꽃은 가장 짧은 시간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기로 유명하다. 비록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 순간이 가져다주는 근사함과 온 하늘을 분홍빛으로 메우는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향긋하다. 작가는 벚꽃을 매개로 씁쓸함과 아름다움이 함께하는 우리의 인생을 표현한다. 어두운 암흑기를 우울하게 보낸다 한들 마냥 슬퍼할 수 없고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행복을 만끽한대도 영원히 즐겁기만 할 수 없듯이 작품에서도 삶에서 순환하는 복합적 의미를 내포한다. 화사하지만 차분한 색채를 수놓아 물체와 배경의 적절한 균형이 돋보이는 작품에서 꽃의 밝은 빛깔과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은 조형미를 느낄 수 있다. 작품 속 백마는 작가가 어린 시절 각별히 생각했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의미한다. 작가는 삶이 버거워 지친 자신을 위로하고자 유년 시절 할아버지에게 느낀 정서적 유대감에 의지하여 간직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각기 다른 시공간이지만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한번 지나면 되풀이하지 못하는 무수히 쌓아온 상념으로 비롯하여 지금의 시간을 축적하고 현재의 하루하루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든든히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그리운 대상을 표상한 작업은 작가에게 있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소중한 버팀목이다. 결국 모든 시간의 흐름은 몸과 마음에서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가치를 지닌다.
김수빈 작가는 작품으로 하여금 모든 이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하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낭만이라는 감정을 주제로 현실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훈훈한 서사를 제공한다. 감정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시기에 찾아오며 스스로 뜻하는 바와 달리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순간을 마주할 때도 있다. 상실의 고통과 재회의 기쁨은 돌이켜 보면 곧 지나는 과거가 되지만 대비하지 못한 순간에 직면하다 보면 감정이 야기하는 여파에 파묻혀 현재의 중요함을 잊고 당시의 감각에서 오래도록 머무르게 된다. 작가는 생에서 밀려오는 고된 역경, 슬픔, 설렘, 그리움 등 형용할 수 없는 기분과 느낌을 예술로 수용하며 한 가지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다. 이번 전시에서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활짝 피어있는 흐드러진 꽃을 감상하며 마음 가득 풍요로운 순간을 즐겨보기를 소망한다. 가지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한 꽃들을 낭만으로 새기어 가슴 속에 한껏 담아가기를 바란다.
작가 노트
자연은 원래 낭만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림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만들어 주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우리가 맞이하는 풍경은 사실을 넘어 감각에 의한 환영으로 읽히기도 하죠. 영화나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핑크빛 호수, 벚꽃 가득한 봄의 풍경, 폭포가 흐르는 수려한 산세, 오로라가 있는 밤하늘 등은 이 세상 속에 실제로 존재하며 보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기에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우리는 감탄할 따름입니다. 잠시 활짝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이내 자취를 감추는 벚꽃을 보려고 매년 기대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있듯이 저의 벚꽃에도 설레는 기다림과 애잔함, 희망과 그리움이 담겨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전통재료인 한지 위에 먹과 동양화물감, 분채를 사용하여 감각과 사실, 이상과 현실, 아름다움과 슬픔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양고전을 기반으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을 그립니다.
낭만산수는 현실의 상황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아름다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화면은 하나의 무대가 되고, 그 무대 안의 장치들은 사실과 감각 사이를 넘나들며 공존합니다. 감정도 색깔도 그렇습니다. 슬픔과 아름다움. 슬픔으로만 가득 채우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름다움으로마 가득 채우면 부담스럽습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터뜨리기보다는 숨을 한 번 고릅니다. 화면을 밝고 화사하게 아름다움으로만 가득 채우기보다는 그 뒤에 밤의 어둠을 드리워 그 화사함을 오히려 극대화합니다. 그리움, 애틋함, 먹먹한 감정들은 아름다움 속에 엉겨있습니다.
이번 개인전 <낭만산수: 나의 바람이 저 하늘에 닿기를 전>을 통해 인생은 슬픔과 상실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음을 어쩌면 동화같기도 한 낭만적인 화면을 통해 덤덤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서는 인생을 ‘소풍’에 비유하는데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 인생은, 이미 일어난 모든 지난 것들을 품은 나, 지금 이 순간의 나, 무사히 좋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나, 이렇게 과거-현재-미래의 서로 다른 내가 완성하는 하나의 축제이자 소풍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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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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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든 순간의 연속!
시련과 상실이 와도 그것은 순간이며, 기쁨과 만남 또한 순간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상황이나 감정에 취해버리기도, 매몰되기도 하며 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버리고 맙니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인생이라는 소풍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기를, 살아있음에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더욱 감사하며 살게 되기를, 이 글을 쓰는 순간마저도 마음을 어지럽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지기를, 순수한 나와 착한 그대들을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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