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다, 말하다 Thinking, Talking

2010.10.15 ▶ 2010.11.11

김종영미술관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30 (평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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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0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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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형경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 브론즈, 55x45x185cm(H),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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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형경

    떠돌아다니는 것들 철, 60x100x240cm(H),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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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형경

    머리3 브론즈, 55x55x30cm(H),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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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형경

    생각하다2 브론즈, 80x20x105cm(H),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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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형경

    생각하다2(부분) 브론즈, 80x20x105cm(H), 2010

  • Press Release

    인간에 대한 조형적 물음
    임성훈(미학,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배형경 조각의 토대를 이룬다. 지난 2004년 학고재 개인전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는 이에 대한 작가의 담담한 조형적 응답이었다. 인간은 태어났고,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한편으론 비극적이고 또 다른 한편으론 존엄하다. 널리 알려졌듯이 배형경은 실존, 본질, 종교 등을 주제로 삼아 인체조각 작업을 꾸준하게 해온 작가이다.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한 매듭을 이번 김종영미술관 전시 <생각하다, 말하다 - Thinking, Talking>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배형경은 지금까지 모색해 왔던 인간 존재에 대한 조형적 물음을 심층적으로 다시 성찰하고 있다. 배형경 조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지만, 여기서는 몇 가지 주제적 시선, 즉 존재 상황, 본질 물음, 아모르 파티(amor fati), 초월적 공간, 인간 존엄 등을 중심으로 작가의 조형미학을 생각해 보려 한다.

    존재 상황
    인간 존재의 심연에 깃든 삶의 부정성, 예컨대 고통, 갈등, 불안 등을 표현하는 조각은 어쩔 수 없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배형경의 인체조각도 그렇다. 무표정한 인물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버거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서 있다. 녹슨 철로 된 인물의 표정은 인간이 처해있는 존재적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한계 상황을 감지하고 있는 듯이 인물들은 축 처진 팔을 몸에 바짝 붙인 채 어딘가를 향해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서 있거나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앉아 있다. 인물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도 하고 슬픔을 억제하고 있는 듯도 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상 같은 존재 상황에 처해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인물들이 일종의 철판 구조물에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물과 결합된 철판은 한편으론 어찌할 수 없는 존재의 버거움을 그나마 버티게 하는 위로로, 또 다른 한편으론 존재의 무거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저지하려는 구속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본질 물음
    섬세한 사실적 묘사를 생략하고 표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배형경 조각은 표현적이다. 물론 여기서 표현은 강렬한 내면적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절제된 사유와 그 과정에서 빚어진 표현을 의미한다. 인체를 형성하는 조각적 요소들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생각들이다. 배형경의 인체조각은 생각이 만들어낸 조각이다. 그러기에 형식이나 형태에 대한 조형적 고민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조형적 물음이 앞서 있다. 배형경 조각은 인간, 그 본질을 묻고 있는 조각이다. 인물 군상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 관계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데, 군상들 사이에 설치된 긴 막대기는 이러한 관계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는 ‘나’는 ‘너’와 관계하면서 ‘우리’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이 환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계는 불안한 듯이 보인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쩔 수 없이 관계를 필요로 하지만, 그 관계가 구속의 망이 되어 스스로를 옥죌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이 엿보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배형경의 조각은 관념적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관념적 조형성이 치열하게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도출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배형경의 작업은 전통적인 조각기법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전통적’이란 말은 단순히 관습적인 조형기법을 차용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배형경 조각은 오히려 전통적인 조형성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조형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장인적 태도 때문이다. 거친 표면의 질감 하나에도 집요하리만큼 부단히 이어진 인간에 대한 조형적 물음이 배어있다.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말해 보는 것 더구나 이를 조형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모란미술관 카페에서 작가와 대화를 하면서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애(運命愛)라는 말을 떠올렸다. 배형경은 이렇게 말했다. “전생에서 인간에 대한 물음을 소홀히 한 업보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러다보니 인간에 대해 조형적인 물음을 던지는 데 소홀히 할 수 없는 거예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작업을 해요. 저에게 작업이란 일종의 업(karma)인 셈이지요.” 배형경은 자신이 얼마나 불편한 작업을 하고 있는 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체조각, 그것도 불편하고 때론 힘에 부칠 수도 있는 인체조각 작업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배형경은 ‘아모르 파티’를 조형적으로 실천하는 작가이다.

    초월적 공간
    많은 이들이 배형경의 조각에 대해 종교적 구도성이 강하게 드러난 있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점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경우, 자칫 작가의 조형성이 지닌 함의를 오히려 축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종교적 구도성이 조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수없이 반복되는 작업 과정을 통해 배형경은 종교적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배형경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언어로 조각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물어왔어요. 그러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의 언어로는 나의 조각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자연스럽게 동양의 언어를 생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상에서 나의 조각 언어를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을 얻게 된 것이지요.” 작가의 이러한 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배형경의 작업이 종교에서 조각으로가 아니라 조각에서 종교로 나아갔다는 점을 작품에서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배형경 조각에서 자연적 공간뿐만 아니라 초월적 공간을 형성하는 매스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작은 나무 상자에 들어 앉아 있는, 옆과 위로 겹겹이 쌓이듯이 배치된 작은 형상들, 원을 그리듯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는 인물들, 잔뜩 웅크린 채 겹겹이 층을 이룬 채 매달린 군상들은 초월적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 존엄
    배형경의 인체조각은 어둡고 우울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허무주의에 대한 조형적 표현이라고 말한다면 잘못이다. 배형경의 인체조각은 인간에 대한 조형적 물음을 통해 이루어진 생각의 적층(積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큰 덩어리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형식이 인간 존재의 무게감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수많은 삶의 흔적, 그 생각의 결들로 이루어진 인체조각은 덩어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형경은 인간 존재, 그 존엄을 항상 생각하는 작가이다. 섣불리 습관적인 조형성으로 인간을 포장하지 않으려는 ‘경건한 고집’을 작가의 조각 곳곳에서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초라하지만 존엄한 존재이다. 배형경의 조각은 인간이 아무리 초라한 존재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오히려 그 초라함으로 인해 존엄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제목생각하다, 말하다 Thinking, Talking

    전시기간2010.10.15(금) - 2010.11.11(목)

    참여작가 배형경

    초대일시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11월-2월은 오후 5:00 폐관

    휴관일월요일

    장르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김종영미술관 Kim Jong Young Sculpture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30 (평창동) )

    연락처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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