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리
Balance for Balance Acrylic & Oil on canvas, 91x116.7cm, 2010
최나리
False chatter Acrylic & Oil on canvas, 91x116.7cm, 2010
최나리
Garden of desire Acrylic & Oil on canvas, 112x145.5cm, 2010
최나리
Tug of war will not Acrylic & Oil on canvas, 112x162cm, 2009
욕망의 드러내기와 감추기를 위한 페르소나
-고경옥(이랜드문화재단 큐레이터, 예술학)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스스로 혼자 살수 없기에, 사회라는 구조화된 틀 속에서 부단히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다양한 역할에 직면하기에 이른다. 사회적 역할 앞에서 인간은 인습, 혹은 전통의 요청과 그 자신의 내적 요구에 부응해서 다양한 가면을 채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가면을 쓴 인격에 대해 심리학자 융(C.G. Jung)은 페르소나(persona)라고 명명하며, 그것이 사회가 인간에게 부과하는 역할인 동시에, 인간에게 담당하기를 기대하는 배역이라고 말했다. 이 가면은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사이에 적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데, 때때로 그 사람의 본성을 감추기도 한다. 그러니까 가면을 쓴 그는 단순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며, 자발적인 인간이기보다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타자화된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실재모습과, 심리적 가면 사이의 갈등에 관한 내용은 영화의 주제나 미술작품에도 꾸준히 등장해 온 소재이다. 최나리의 작업에서도 인간의 여러 욕망을 드러내기와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써 가면 쓴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최나리는 원래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 튜브에서 도상화된 캐릭터를 착안하였다. 2008년의 초창기 작업에는 이러한 마토(Mato), 마요(Mayo)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 혹은,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여 작품을 진행했었다. 초기의 작품이 캐릭터성을 강조하고, 여성과 남성으로 화면을 양분하여 여러 가지 조형적인 실험과 색채연구에 주안을 두었다면, 근작에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근작의 나체 인물들을 캐릭터라기 보다는 가면 쓴 인간의 원형(原形)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가 얼굴의 눈, 코, 입이 지워진 모습으로 등장한다.(초기 몇몇의 작품에서는 얼굴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근작 대부분의 작품에는 눈, 코, 입이 없다.) 그나마 나체 인물군상들의 성(性)을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는 젖가슴이나 페니스로 연상되는 남근형상이다. 남성, 여성의 나체 인물상에는 공통적으로 흐느적거리는 머리카락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마치 물살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해초, 말미잘, 혹은 히드라의 촉수처럼 생겼는데, 의식의 세계 아래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욕망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인물 표현에 있어 가면이라는 도구를 선택한 것은 인간의 익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안에 인간의 무수한 욕망들을 날것으로 표현하였으나, 그것을 어느 특정한 인간의 욕망이라기 보다는 그 누구나가 지니고 있는 보편의 것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면을 씌운 것이다. 이러한 가면에는 어떠한 표정도 찾아 볼 수 없다. 표정이 지워진 채 그저 허망한 모습이다 이처럼 최나리의 작품 전반에 걸쳐 관통하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전시타이틀도 작가 스스로가
이를 테면 작가는 작품
작품
프로이트(S. Freud)는 예술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유아기의 소망충족이라는 관점에서 작가와 작품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중시했다. 그러니까 예술가의 창작행위가 심리적 자위이자, 대리만족행위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창작은 좌절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억압된 여러 개인사적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예술가는 심리적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 최나리 작가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성간 사이의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표현을 넘어서서, 인간이 지닌 여러 욕망과 속물근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화하고 있다. 감추고 싶거나, 혹은 억압된 욕망을 작품 안에서 분출함으로써 자기 만족, 혹은 치유라는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작품의 인물들은 욕망의 소유자가 특정인이 아닌, 그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익명의 가면, 즉 페르소나를 쓴 채,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날것으로 살아난 욕망이 가득한 정원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1983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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