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미술관 - 山水, 디지털을 만나다
2012.05.03 ▶ 2012.08.15
2012.05.03 ▶ 2012.08.15
황인기
오래된 바람 1101 플라스틱 판에 레고블럭, 307x691, 2011
최승준
반딧불이의 숲 인터랙티브 설치, 가변크기, 2007
이광기
지구가 있는 풍경 단채널비디오, 6분 loop, 2009
한기창
일필사의도 캔버스 목판에 스텐스테이플, 비디오영상, 160x500cm, 2005
김희선
흐르는 풍경 다채널 영상설치, 가변설치, 2008
조환
Untitled steel, 250x350cm, 2012
임선이
기계적 풍경1 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 120x114cm, 2008
문준용
마쿠로쿠로스케 테이블 인터랙티브 설치, 202x135x45cm, 2011
김경미
Leaves Sweeping 인터랙티브 설치, 가변크기, 2008
유승호
살랑살랑 종이에 펜(ink on paper), 81x70cm, 2006
이이남
초충도 3D(Grass and Insect Painting 3D) 단채널비디오, 3분 30초, 2011
경남도립미술관은 아이들의 내면에 잠재된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우도록 매년『신나는 미술관』을 기획해 오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기획전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의 영역을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소통되는 문화로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촬영 금지’, ‘만지지 마세요.’, ‘조용히 관람해 주세요.’라는 억압적인 분위기 대신, 보고․듣고․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라 이제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더 기다리고 기대하는 전시회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의 감각으로 볼 때 이 기획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외형적인 볼거리를 앞세워 단순한 호기심과 관람객들의 기웃거림을 자극하던 초창기 기획전시와는 달리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 전시회로서의 내면적 성숙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과 아이들에게 즐거운 발걸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올해는 ‘우리의 자연(自然), 산수화(山水畵)도 이렇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라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山水, 디지털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꾸며 보았다. 어떻게 보면, 동심의 세계를 자극하는 상상공작소 연속 기획이라든가『Wow~! Funny Pop』,『라이트 아트의 신비로운 세계』와 같은 초현대적 내용과 기법을 다룬 그 동안의『신나는 미술관』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디지털’이라는 친숙하고 현대적인 매체를 통해 동양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잊고 지내왔던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되돌아보는 과거와의 소통을 꿈꿔본다.
우리의 전통 화인(畵人)들이 작품 소재로 즐겨 다루었던 ‘자연(自然)’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자 인격의 수양,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왔으며, 이것이 동양의 산수화라는 이름으로 미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는 그 창작론이나 시각체계, 문화정신에서 엄연한 차이를 보인다. 창작론의 관점에서 동양은 심사조화(心事造化)의 성격을 띠지만 서양은 자연모방(自然模倣)의 성격이 짙으며, 여러 개의 흩어진 시점을 사용하여 하나의 화면에 다양한 구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산점투시(酸点透視) 기법이 기본이 되는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일초점(一焦點) 투시법을 기본으로 삼는 시각체계를 보인다. 문화정신 면에서도 동양은 무(無)의 세계를 중심으로 물질 너머의 정신세계를 그리려 했으며, 서양은 유(有)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나타내려 했다. 따라서 서양의 풍경화가 전적으로 하늘, 바다, 숲, 초원이나 기타 어떤 다른 지배적인 형상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데 비하여 산수화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세계를 우주에 상응할 만한 보편적인 조직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그래서 ‘풍경’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산수’는 더욱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통 산수화에서의 산과 물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산과 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생성원리인 음(陰)과 양(陽)의 상징이다. 자연은 음양의 조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며, 그 음양의 기운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런 시각에서 전통 산수화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의 생명력에 동참하려는 의식구조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늘 우리의 전통 예술가들은 자연의 정지된 외관이 아닌 생동하는 자연의 원초적 기운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이차원의 평면 너머로 산과 물이 살아 숨 쉬며, 그 산수(山水)의 뒤로 정신적 기상이 흐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산수(山水)는 그리 실감 나게 다가오지 않는 듯하다.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높은 산보다는 도시를 억압하는 빌딩들이, 지형의 곳곳을 어루만지며 휘돌아가는 물길보다는 꽉 막혀 움직일 줄 모르는 도로의 차들이, 산세의 신비감을 더해주는 맑은 안개보다는 도시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스모그가 더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산수(山水)보다는 풍경(風景)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산수화(山水畵)를 다시 들춰낸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수화의 정신성을 바탕으로 도시적 삶에서 자연의 보편적인 기운을 직관적으로 느껴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더구나 박물관 속의 유물로서가 아니라 현대적 매체인 디지털 아트로 재창조된 작품들이기에 우리 삶에 더 가깝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山水, 디지털을 만나다』기획전은「山水, 거닐다」,「山水, 숨 쉬다」,「山水, 꿈꾸다」의 세 갈래 테마로 구성된다.「山水, 거닐다」에서는 과거의 산수(山水)를 유승호, 이상현, 이이남, 조환, 한기창, 황인기, 오유경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과거 산수의 풍경을 재해석한 작품들로, 박물관에서 혹은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과거의 그림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한다.「山水, 숨 쉬다」에서는 현재의 산수(山水), 즉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풍경이 담긴 작품을 김성연, 이광기, 유비호, 전준호, 김희선의 작가들이 선보인다. 현대인들의 일상 풍경과 다양한 도시 모습들을 때로는 적나라하게, 또 때로는 풍자와 해학으로 우리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마지막으로「山水, 꿈꾸다」에서는 가상현실의 산수(山水)를 문준용, 김경미, 임선이, 최승준, 뮌(Mioon)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설치 미술이나 미디어 아트 등 최첨단 디지털 매체들을 이용해 미래의 산수(山水), 또는 우리가 꿈꾸는 산수(山水)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은 전시대보다 확실히 더 실험적이고 개념적이며 주관적이다. 일상적 삶의 터전을 넘어 정신적 환기력을 지닌 유기체로서의 산수(山水)를 작가 개개인의 기억과 추억, 상상으로 새롭게 변형시켜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과거 산수화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미술의 본질에 대한 개념 재정립과 시대와의 화해를 꿈꿔보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山水, 디지털을 만나다』기획전을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공간인 산수(山水)에 대한 더 많은 담론들이 오고가길 바라며, 과거와 현대의 소통,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소통이 ‘신나게’ 이루어지는 전시회가 되었으면 한다.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장여진
1951년 출생
1969년 전라남도 담양출생
1966년 출생
1974년 출생
1971년 출생
1971년 부산출생
1966년 출생
1969년 출생
1982년 출생
1979년 출생
1958년 부산출생
1955년 출생
1969년 부산광역시출생
1970년 전라북도 군산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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