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삼
conversion46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130.3x162.2cm, 2012
신원삼
conversion50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89.4x130cm, 2012
신원삼
conversion47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116.8x182cm, 2012
신원삼
conversion51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150x200cm, 2012
신원삼
conversion48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97x291cm, 2012
신원삼
conversion49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130x89.4cm, 2012
신원삼 작가의 작품은 어둡고 축축하다. 작가가 표현한 음울한 하늘과 시커먼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기세로 느껴진다. 마치 초현실 공간처럼 보이는 하늘과 대지 사이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비행기’가 그려져 있다. 이는 기계문명이 발달한 이래 최고의 발명이자 인간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거룩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신의 영역을 탐했던 인류의 신화적 상상력의 결정체일 것이다.
거대한 기계의 몸체는 넓게 관통되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서로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느낌에 하얀색으로 뒤덮여 성별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뭉개진 유령 같은 형상은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유령이나 좀비처럼 목적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군상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결국 인간의 편의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상들과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무력하게 반대로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인간들의 모습조차 하나의 이미지로 덮여 버려 몰개성화와 모호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스스로 창조자가 되고자 했던 현대인들이 사회의 집단 속에 반대로 무력하게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인간의 사물화를 조장하는 듯한 현대인들의 무력한 자화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몰개성화 때문에 개인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두려움과 모호성을 작가의 불편한 시선으로 담아낸 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사물로서의 관점이 아니라 반대로 사물에 의해서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 온 큐레이터 이희복
멋진 신세계, 낯선 유토피아
김상미(미술비평)
신원삼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멋진 신세계』(1932)라는 책이 떠올랐다. 저자인 올더스 헉슬리가 제시한 신세계는 극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에 의해 인간까지도 만들어 내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계이다. 유전적으로 모든 사회적 능력이 결정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과 환경이나 교육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 결정된다는 환경 결정론 아래 그야말로 섬뜩한 신세계를 그려냈다. 그곳은 정말로 모든 게 완벽한 신세계 일까? 마치 신원삼의 작품은 헉슬리가 그려낸 비극적 유토피아의 몰개성적인 인간들을 그대로 가둬 놓은 듯하다. 모순으로 가득한 두 풍경이, 비슷한 듯 닮기도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풍경이 묘하게 겹쳐진다.
도시의 한 복판, 그가 멍하니 어디쯤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1시간이 넘게 그 곳에 서 있으면서 작가가 보고 있던 것은 무엇일까? 자신 앞을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탁한 공기와 먼지로 뒤덮인 길가에 서서 그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
1분, 5분, 10분...... 처음 얼마동안은 시시각각 변하는 거리의 풍경들로 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과 자신을 둘러 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과 가게의 간판들, 그 곳을 지나치는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부산하게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좀 점까지 자신이 보고 있던 풍경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신원삼의 눈에 개별적으로 보이던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 한데 뒤섞이다 못해 도시는 울렁거렸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른 듯 비슷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그의 의식 속에서 일련의 풍경으로 묻혀버렸다.
신원삼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변화하는 거리의 풍경을 기억 속에 그리고 화면 안에 그대로 담아냈다. 그가 그려낸 커다란 화면 안에는 현란한 색상의 물감으로 뒤덮인 채 주르륵 흘러버릴 것 같은 거리가 있었다. 흐른다는 것은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어떤 것이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두둑이 올린 물감들이 엉겨서 표현된 거리와 진득한 물감 사이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흘러버린 흔적은 작가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물질적 표현이자 거리의 기억으로부터 표출되는 복잡다단한 심경과도 연관된다.
그가 그려내는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형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담백하게 표현된 푸르스름한 색의 인간들일 것이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시릴 듯 차가운 푸른색의 피부를 노출한, 성별만은 구별이 가능한 인간군상말이다.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와 도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차갑다’라는 일련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신원삼 또한 같은 생각을 가졌고, 그가 생각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그러한 인상과 직결되는 푸른색을 띠고 있다. cold blue라고 불리는 그들은 어느 하나 주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피력할 수 없는 현대인의 무기력함과 피곤함 내지는 절망감이 뒤섞여 안쓰럽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현대 문명에 기생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간들은 차갑지만 이내 묻혀버릴 듯 외롭고 우울하다. 그들이 있는 곳을 딱히 어느 곳이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지만, 뭉뚱그려 도시라 명명할 수 있는 어느 번화한 거리의 한복판쯤, 작가가 서 있었던 그 곳인 듯싶다. 금세 무너져 내릴 듯 불완전한 건물 사이사이, 도시의 일상적 풍경은 그들을 언젠가는 삼켜버릴 듯 불안해 보인다.
작가에게 이전 기성세대들로부터 듣게 되는 ‘나 어렸을 적’ 혹은 ‘우리 어렸을 적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그들의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그다지 고릿적 일들은 아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지금 너무나 먼 과거의 이야기들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 그저 신기한 옛날이야기들일 테지만, 과거를 살아온 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아직도 거듭 발전하고 있는 현대 문명이 너무나 낯설고 신기할 뿐이다. 작가 신원삼이 서있던 그곳이 거리든 아니든, 이전 세대들에게 번쩍거리는 도시의 한 복판, 화려한 지금은 마치 ‘멋진 신세계’이자 ‘낯선 유토피아’ 같아 보이지 않았을까.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제를 되새길 새도 없이 모두가 내일을 오늘같이 향유한다.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한 채 무던히 반복적인 패턴의 삶 속에 갇혀,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너무나 익숙해져 주변의 주기적인 변화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이에 반응조차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삶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는 낯설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더 이상 경이롭게 생각하지 않는 지금의 사람들과 거리에 서서 시간의 가속을 무던하게 지켜보고 있던 자신이 말이다.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자신이 직면한 현실에 적응하며, 그 곳에 맞게 ~化되버린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주변의 변화에 따른 불편함은 어느새 망각한 채 그 장소와 시간, 주변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무섭게도 놀라운 적응력은 이미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살아남기 위한, 다분히 본능적인, 편리한 능력이다.
1982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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