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주
배대리의 여백 나무,철, 200x100x200cm, 1993
구본주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나무,철, 60x35x45cm, 1992
구본주
갑오농민전쟁 브론즈, 120x290x275cm, 1994
구본주
1992겨울 나무, 30x30x50cm, 1992
구본주
선데이서울 나무, 27x30x31cm, 2002
구본주
위기의식 나무, 170x25x200cm, 2000
구본주
자소상 폴리코트, 58x28x57cm, 1986
구본주
칼춤 브론즈, 15x15x25cm, 1994
구본주
힘2 테라코타, 214x16x20cm, 1987
살아 있는 구본주
성곡미술관은 작고작가재조명전, <세상을 사랑한 사람, 구본주>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3년, 37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청년조각가 구본주를 추모하고자 기획되었다.
구본주와 그의 작품을 기억하고 기리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이번 추모전은 작가들에게는 긴장과 깨달음을, 현대사회 속에서 삶의 좌표를 쉽게 잃어가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는 한 예술가의 전기를 넘어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았던 시선을 공유하고 동시대를 새롭게 인식하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성곡미술관 전관과 옥외공간 일부에 걸쳐 마련한 이번 10주기전은 구본주가 고교시절부터 작고직전까지 제작했던 많은 작품 중, 90여점을 엄선하여 일반에 소개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현대미술에 있어 구본주 특유의 ‘구상표현조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구본주는 1980년대 말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적 격랑과 척박한 생산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주름과 구겨진 삶의 풍경을 놀라우리만큼 직설적인 감각으로 진솔하게 빚어내었다. 이른바 ‘현실주의(realism)조각’의 대표주자로서 작품성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 역사, 정치, 사회, 가족, 현실이슈 등에 대한 뚜렷한 시대정신을 모티프로, 진보적인 예술가의 풍모와 장인적 기질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20여년에 이르는 짧고도 긴 작업여정을 3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세상-역사/시대정신(1986-1994)’, ‘사람-사회/현실비판(1992-1997)’, ‘사랑-삶/현실(1997-2003)’ 등이 그것이다. 치열한 작업정신과 그의 삶이 분명하게 살아 있는 포천의 작업실 유작들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모란미술관, 성곡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뜻 있는 개인소장하고 있던 주요작품들을 모처럼 한자리에 모았다. 작고작가의 작품을 이렇듯 완전한 상태로 한자리에 모으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과의 강력한 소통구조와 당대 현실이슈를 치열하고 치밀하게 반영해내었지만, 시장과 제도가 철저히 구본주를 외면한 탓에 그의 걸작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구본주는 세상에 관심이 많았지만, 세속적이지 않았다. ‘세상’, ‘사람’, ‘사랑’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불같은 삶을 살다간 구본주의 짧은 생을 꼼꼼히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작가의 전모를 모두 소개하기에는 부족한 공간이고 제한된 인력구조와 예산이었지만 미술관의 공적 사명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마련했다. 또한 비운의 천재조각가 구본주가 이런 식으로 쉽게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작품들 이외에도 그동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에스키스와 영상 등 작가의 미공개 작품과 자료, 평소 사용했던 작업도구들도 함께 소개하여 구본주의 작가로서의 열정과 태도, 인간적인 면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구본주와 그의 작품을 재조명하여 대한민국의 여러 미술인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그의 존재와 작업적 성가(聲價)를 널리 소개하는 등, 그의 열정을 오늘에 되새기고자 마련되었다. 또한 궁극적으로 한국미술의 창작지형을 건강하고 균형 있게 다지는 동시에 침체된 한국조각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노동자와 서민들의 구겨진 삶과 삶의 주름을 어루만지던 구본주의 따스한 호흡이 전시장에 가득하다. 이번 추모전은 작가가 살아생전에 견지했던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치열하게 불사른 예술혼과 땀내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번 전시가 현재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가히 소외장르라 할 수 있는 조각이 제대로 주목받으며 다양하고 편중 없는 동시대적 미술지형은 물론, 한국미술의 균형 있는 성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에 무릎 꿇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작가로서의 자신만의 중심을 확고히 잡고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집념은 현재 조각을 전공하고 있는 미술학도뿐 아니라 여러 동료작가들,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에게도 힘과 귀감이 될 것이다.
서른일곱 짧은 삶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내며 작가로서 불굴의 사명과 집념으로 자신만의 독보적 예술세계를 천착한 구본주. 현실을 향한 그의 건강한 힘과 직설적이고 직선적인 비판의식, 또한 특유의 여유와 정감이 살아 꿈틀거리는 구상표현조각은 한국현대조각사에 분명한 족적을 남긴 채 오늘도 별처럼 빛나고 있다.
본격적인 조각전시를 만나기 힘든 요즘, 우리들의 영원한 파랑새, 구본주가 남긴 마르지 않은 땀내음과 진한 사람냄새, 식지 않은 뜨거운 열정과 삶의 여운과 여백, 살아 있는 예술혼의 울림과 떨림을 직접 만나보기 바란다.
끝으로 이번 추모전에 전력을 다한 구본주의 아내 전미연 님과 포장, 운송, 설치 전과정에 온몸으로 헌신한 구포터(구본주를 나르는 사람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박천남)
1967년 경기도 포천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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