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휘
작품 한지에 수묵채색, 82x64cm, 1968
조평휘
계류 한지에 수묵채색, 97x80cm, 1983, 국립현대미술관
조평휘
연봉 한지에 수묵채색, 120x160cm, 1988
조평휘
무제 종이에 채색, 24x34.5cm, 1975
조평휘
대둔산 한지에 수묵채색, 160x455cm, 2007
1부 : 추상의 모색
1960년, 대학 졸업과 함께 조평휘는 국전을 떠나 이후 15년간 당시 한국화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던 추상작업에 동참하며 전통적인 지필묵을 이용해 현대적인 조형성을 모색했다. 조평휘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할 때 반드시 덧붙이는 ‘타블로에서의 문학성의 배제’는 추상미술의 강령으로, 이 시기부터 그에게 화두로 각인되어 이후 현재까지의 의식적인 영역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그의 예술관이 되었다.
2부 : 산수로의 회귀
1974년, 조평휘는 추상의 모색에서 전통산수화의 추구로 방향을 전환한다. 그에게 있어 현대적 흐름을 도외시하고 전통회화로 귀의하고자 한 결정은, 포기 또는 시대착오로 느껴졌던 만큼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서양적인 작업을 하면서 갈등을 느끼고 있었던 조평휘는 동양화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전통에 대한 탐구에 깊이를 더하는 것에서 의의를 찾고자 ‘전통으로의 회귀’라고 하는 시간의 역행을 단행한다.
전통산수로의 회귀는 끊임없는 사생과 스승이었던 청전 이상범의 산수화를 비롯한 전통 산수화에 대한 사숙을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추상화가 화면의 마티에르에 주목하면서 화면자체에 한정되는 좁은 시야를 필요로 했다면, 자연은 그의 시야를 확장시켜주었고 그림을 대하는 자세를 변화시켰다.
3부 : 모태로서의 사생
이번 전시에는 1975년도 드로잉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총 40여권의 도록과 파일이 전시된다. 산 뿐 아니라 인물, 나무, 꽃, 동물, 건물 등을 모두 포함하는 조평휘의 드로잉은 사생단계부터 조형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나는 수작들이다. 이는 그의 장엄한 대관산수들의 모태가 되었다.
4부 : 운산산수의 정립
조평휘는 1990년대, 나이 60대에 ‘운산산수’라고 부를 수 있는 독특한 산수화 양식을 정립한다. 대관 산수에서는 장엄함을 엿볼 수 있으며. 작은 크기의 작품에서는 젊은 시절 추상작업을 통해 습득했던 자유롭고 호방한 필묵의 유희가 돋보인다.
우리 화단에서 산수화는 1970~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조평휘가 자신만의 산수화 양식을 정립했던 1990년대 산수화단은 침체기가 시작된 때였다. 그러나 그는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이 시기에 추상작업의 경험과 전통의 모색, 그리고 사생을 통해 ‘운산산수’를 완성시켰다. 바로 이 점에서 조평휘의 대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2000년대 말, 조평휘는 자신이 정립한 양식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초기에 추상화의 영향으로 전통산수화에서 문학성을 배제하고자 했던 그의 그림에서 조금씩 문학적인 요소가 나타나는 등의 변화가 보인다. 83세의 조평휘는 아직도 끊임없는 모색의 길을 걸으며 우리와 공명하고자 노력하는 우리 시대 큰 산과 같은 작가인 것이다.
1932년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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