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의 연못3
2014.08.15 ▶ 2014.09.18
2014.08.15 ▶ 2014.09.18
위세복
Narcisuss Pond 스테인리스 스틸, 135x120x150cm, 2014
위세복
Cube 스테인리스 스틸, 50x50x50cm, 2007
위세복
Gate Wind 스테인리스 스틸, 30x30x30cm, 2014
위세복
Gate Flower 스테인리스 스틸, 90x90x90cm, 2014
조각이기 보다는 커다란 보석같은 느낌을 주는 위세복의 조각은 내부의 반사면으로 더욱 빛난다. 그의 작품은 몇 가지 변주들이 있지만, 정다각형 금속조각을 용접하여 입체를 만들고, 그 내부에 또 다른 구를 넣어 무한 반사면을 만들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각형으로 만들어진 구라는 면에서 비슷한 구성방식을 가지는 축구공과 달리, 위세복의 입체들은 수없이 이루어지는 외부로부터의 연마과정을 통해 자체 완결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이러한 기본 구조는 2005년에 열린 1회 개인전의 부제--「the Garden of Kyklops; landscape with landscapes」--처럼, 안팎으로 빛나는 입체구조물을 안구 형태처럼 보이게 하면서, 그것을 에워싼 풍경과 관찰자들을 표면에 붙들어 둔다.
2007년 토야무라 국제 조각 비엔날레의 대상 작품인 「seed of cosmos」는 위세복의 작품이 작은 물방울로부터 우주에 이르는 규모를 가지고 있음을 예시한다. 정사각형 판위에 둥근, 혹은 사각형의 작은 반사면들이 박혀있는, 부조적 형태의 작품에서도 주변의 환경과 관찰자를 포괄하며 여러 개의 반사면을 보여주는 방식은 마찬가지이다. 요즘 작품은 구를 이루는 다각형 사이의 틈을 남겨놓거나, 완전한 구속의 구같은 또 다른 변주를 보여준다. 구가 아닌 육면체일 경우 모서리를 좌대 위에 세워서 보다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2005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육면체가 내부의 구에 의해 무한반사 되는 효과가 있었다면, 요즘 작품의 육면체 자체가 가로 세로로 무한히 분열하는 듯한 형태도 보여준다. 위세복의 작품은 정교한 구성방식 외에, 막대한 노동이 집적되고 결정화된 방식으로 놀라움을 준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개의 고원」에서 이러한 선형적 다양체들이 시작도 끝도 없이 변이하는 선이라고 말한다. 매끈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추상적인 선은 유기적 재현과는 달리 아무것도 제한하지 않는다. 무한 반사면이 만들어내는 이 추상적 선들은 비유기적이지만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비유기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 선들은 인간과 자연이 가두어 두었던 생명의 역량을 해방시킨다. 무한하며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어 한계를 갖지 않는 매끈한 공간은 외연적 공간이 아니라, 강렬한 내포적 공간이다. 반사면들을 따라 빠른 속도로 탈주하는 선들은 고른 판 전체를 덮을 때까지 증식하면서, 입구와 출구를 가늠할 수 없는 미로로 변모하고 있다. 정밀한 체계를 구축한 위세복의 작품은 중앙 중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핵분열과도 같은 증식에 의해 다중심의 우주로 변모한다.
그러나 카오스나 프랙탈fractal 이론 같은 현대의 새로운 기하학이 투사된 곳은 무한 반사가 일어나는 작품 내부이다. 그것은 탄생과 소멸의 무한한 속도이다. 작가는 카오스로부터 다양성들을 가지고 온다. 위세복의 작품에서 매끈한 공간들을 가로지르는 것은 프랙탈 현상이다. 반사면을 통해 작은 형태로 부서지는 프랙탈 이미지는 해안선이나 눈송이 곡선같은 물리적인 현상은 물론 유기체의 세계에도 적용된다. 프랙탈 곡선은 여러 계를 관통하는 복잡성 사이에 숨어있는 조직적인 구조를 암시한다. 프랙탈의 핵심은 자체 유사성self-similarity이라고 지적된다. 자체 유사성은 회귀, 즉 패턴 안의 패턴을 의미한다. 거울 효과를 통한 무한 반사작용이 이루어지는 위세복의 작품에 나타나 있는 것이 자체 유사성이다.
라이프니츠가 상상했듯, 한 개의 물방울에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 우주전체가 들어있고, 다시 그 우주 속에는 물방울이 들어있고, 그 물방울에는 새로운 우주가 들어있는 세계가 위세복의 작품에서도 펼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프랙탈은 '무한을 보는 방법'(글리크)이다. 프랙탈 조직은 규모가 작아지면서도 자체유사적인 형태가 유지되도록 조직되는 분지(分枝)이다. 분지의 연속체인 프랙탈 구조는 한정된 부피 안에 무한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지적했듯, 한계와 무한과의 맞부딪힘, 바로 거기에서 사물들은 생겨난다. 견고하게 서있지만 그 내부에서 시각적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위세복의 작품은 본질보다는 공백이 두드러진다. 그 공백 위에서 사건들이 나타나거나 사라진다. 구조와 제작에 있어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 그의 작품은 개념적인 면이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개념을 다가올 어떤 사건의 윤곽, 지형, 자리매김이라고 정의한다. 사물들과 존재들로부터 언제나 하나의 사건을 추출해내는 것은 철학의 과업일 뿐 아니라, 예술의 과업이기도 하다. 그것은 모든 사물의 정황뿐만 아니라, 모든 체험을 조감하는 하나의 사건을 세우는 것이다. (축약) ■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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