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석: Cafe Soul coffee
2010.03.25 ▶ 2010.04.03
2010.03.25 ▶ 2010.04.03
서윤석
가장 행복한 시간 캔버스에 아크릴릭, 40.5x32cm, 2007, 개인소장
서윤석
가장 행복한 시간2 캔버스에 아크릴릭, 72.5x90.5cm, 2009, 개인소장
서윤석
시적으로 다시 꾸며낸 이야기 캔버스에 아크릴릭, 96.5x130cm, 2009, 개인소장
서윤석
꽃 지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125x120cm, 2008, 개인소장
서윤석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60x72.5cm, 2009, 개인소장
서윤석
화투풍경 속으로 들어가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x111.5cm, 2006, 개인소장
서윤석
검은 모자를 쓴 여인의 초상 캔버스에 아크릴릭, 65x50cm, 2007, 개인소장
모자의 유목, 모자의 여행
화가들은 저마다의 풍경을 그리고, 정물을 그리고, 인물을 그린다. 그 외양은 다 틀리지만, 유독 자기 자신을 겨냥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사로잡힌 화가들이 있다. 이렇게 자의식이 남다른 화가들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화상을 그린다. 그에게 있어서는 심지어는 풍경이나 정물 그리고 인물과 같은 외적인 대상조차도 일종의 자기반성적인 계기를 위한 거울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화가는 모자의 창을 아래로 기울이거나 위로 쳐드는 것으로써, 그리고 다른 모자들이 향한 방향과는 반대편으로 돌려진 모자를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고 상황을 표현한다. 그 표현은 모자가 달랑 하나만 등장할 때보다는 둘 이상이 등장할 때 더 쉽게 전달되고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는 아마도 사람이든 사물이든 저 홀로 있을 때보다는,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과의 상호관계 속에 놓여있을 때 더 잘 인지되는 관성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저 홀로 겪는 외로움이나 소외감마저도 결국에는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 즉 타자와의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
이처럼 저 홀로 등장하는 모자가 혼잣말 즉 독백을 상기시키는가 하면, 둘 이상의 모자가 서로 대면하고 대화하는 상황이나 장면을 연상시키는 작가의 그림은 마치 투명인간을 보는 것 같고, 마임이나 사물극사물이 인간과 그 상황을 대리하는 실험극의 한 형식을 보는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일종의 생략화법과 함께 부재의 미학에 대한 공감이 놓여있다. 이는 그 자체 상징적이고 암시적인 경향성이 강한, 문학적이고 서사적인 경향성이 강한 초현실주의 화가들 중에서도 특히 르네 마그리트 회화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로써 작가는 존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것보다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침묵은 말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무의식은 의식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그런가하면 모자는 트럼프 카드나 화투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 자체 곧잘 점괘를 보기 위한 도구로 전용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듯 카드나 화투는 일련의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운세와 관련이 깊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말하자면 삶의 한 계기로서의 운세와 운명, 우연성과 내적 필연성을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일련의 그림들에서는 일종의 형식실험이 느껴진다. 세로로 짧게 그어 내린 붓질을 반복적으로 중첩시킨 것인데, 이는 특히 트럼프 카드나 화투, 크리스마스 씰이나 사인보드 그리고 벽화 등 평면적인 소재에 적용된다. 전형적인 붓 터치를 양식화하고 정형화한 이 붓질은 평면적인 소재에다가 일종의 회화적 아우라를 부여함으로써 어떤 내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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