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거나, 망각하는 Remembering, or Forgetting
2018.04.24 ▶ 2018.06.17
2018.04.24 ▶ 2018.06.17
전시 포스터
돈선필
Owakon 2018, Figure, wood, spray paint, urethane foam, dustbin, industrial products, 85 x 105 x 170(H) cm
쉬 바청 (Xu Bacheng)
Survival and Destiny 2016, Oil on canvas, 220 x 800 cm (4 parts 200cm width each)
아사미 키요카와 (Asami Kiyokawa)
Because I am a Woman 2017, Non-woven fabric, approx. 174 x 276 cm
아츠로 테루누마 (Atsuro Terunuma)
Mienai Nozomi’s Vision Complex 2017, Acrylic paints, pen, ink on wood panel, 180 x 270 cm (3 panels)
우지 하한 (Uji Hahan)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 Handoko Eko Sputro, Baby Booming 2015-18, Neon sign, acrylic on canvas, play wood, brass, Dimensions variable
권하윤
489 Years 2016, HD video, 11 mins
김인배
감긴 눈_Closed eyes 2017-18, Resin, 102 x 65 x 126(H) cm
아라리오갤러리는 2018년 4월 24일 새롭게 문을 여는 네 번째 전시 공간의 개관전을 위해 그룹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 Remembering, or Forgetting>을 준비했다. 본 전시는 아시아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 전시로, 일본작가 아사미 키요카와, 아츠로 테루누마, 인도네시아 작가 우지 (하한)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 중국작가 쉬 바청, 그리고 한국작가 김인배, 권하윤, 돈선필, 총 4개국 7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상상력이 발현되는 지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보르헤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 1899-1986)는 상상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난 상상력이 기억과 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우리의 정신은 망각으로 수많은 구멍들이 뚫어져 있는데, 우리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그 구멍은 조금씩 메워질 것이라 진단했다. 그렇다면 작가로 명명되는 이들은 그 사라져가는 것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반-의지적으로 발생되는 망각의 늪과 그 경계선에 흔적처럼 남았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기억들을 부여잡고 있는 이들이며, 그 과정에서 상상력은 발현되는 것인가? 본 전시는 이들 예술가들을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 즉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선 이들로 상정하고, 작가들이 그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그리고 맥락없이 끄집어 올려내는 상상력들을 펼쳐보는 하나의 장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작가 아사미 키요카와는 기억이나 느낌에 기반해 특정 인물이나 대상의 기저에 깔린 무의식의 지층들을 끄집어 내 자수와 바느질 작업으로 표출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츠로 테루누마는 보이는 것과 그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과의 관계 연구에 천착하는 작가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대표 작품에서는 눈 뜨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현 사회의 너무 과한 시각적 자극을 매일 겪는 현대인의 일종의 시각적 강박과 열등의식,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작가의 열망을 표현했다. 인도네시아 작가 우지 하한은 2000년대 중 후반 미술시장 호황기를 바라보며 성장했던 기억에 기대어 당시의 희망과 그 이후의 좌절을 동시대 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치환했고, 이를 작가 특유의 만화적 묘사법에 기대어 표현했다. 중국작가 쉬 바청이 만들어내는 사회는 도박에 미쳐가는 동시대 중국사회에 대한 비판을 기저에 깔고,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조금씩 뒤틀리거나 극도로 예민해 보이는 인물들과 갖가지 은유와 알레고리적 형상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만들어내는 인간풍경과 그 속에서 스며 나오는 현대인의 답답한 심리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공간이다. 김인배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정해진 구조나 규칙, 이미 정립되어버린 사고의 회로에서 물음과 의문을 이끌어내고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권하윤 작가는 비무장지대(DMZ)를 지배하는 집단 기억이 아닌 여러 사적 기억이 구성해내는, 실재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비무장지대를 상상력 넘치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돈선필 작가는 사물과 그 사물에 내재된 기억의 덩어리들을 닥치는 대로 쓰레기 통에 버린 후, 기억과 망각의 경계선에서, 혹은 기의과 발화의 경계선에서 꿈틀거리며 구조를 뚫고 나가려는 욕망 혹은 시도들을 표현했다.
■ 아라리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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