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
2019.06.05 ▶ 2019.08.18
2019.06.05 ▶ 2019.08.18
전시 포스터
김지연
남광주역 2000
김지연
남광주역 2000
김지연
남광주역 1999
김지연
남광주역 대합실 2000
김지연
도깨비 시장 1999
김지연
도깨비 시장 1999
김지연
도깨비 시장 1999
남광주역, 사라짐과 기억
광주시립사진전시관에서 이번에 개최하는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展은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는 김지연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광주시민들과 70년을 함께 했던 남광주역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조망하기 위한 전시이다.
김지연 작가는 20여 년 동안 사회적 일상성을 주제로 우리 주변에 있는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다큐멘터리사진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김지연 작가의 사진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당위적 성격인 실제적인 것과 더불어 찍은 인물과 사물에 대한 절제된 시선을 확인 할 수 있다. 김지연 작가는 1948년에 광주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예술전문학교 연극과를 다닌 이후 전주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 작가가 사진 작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이후 2002년 『정미소』展을 시작으로 『나는 이발소에 간다』, 『묏동』,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 『근대화상회』, 『낡은 방』, 『빈방에 서다』, 『자영업자』 등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2006년에 전북 진안에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2012년에 전북 전주에 서학동사진관을 개관하였다. 현재 서학동 사진관의 관장으로, 사진작가로 지내면서 사진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김지연 작가는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가는 한국 근·현대의 변화 과정과 흔적을 앵글에 담아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것과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것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작업은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사라질 것에 대한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그 대상의 본질을 이끌어 낸다.
남광주역은 광주광역시 학동에 위치했던 역으로 1930년 12월 25일에 개설 될 당시에는 신광주역이라는 이름이었으며 이후 보성, 고흥, 장흥 등으로 통하는 남쪽 관문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여 1938년에 남광주역으로 개칭되었다. (『매일 신보』 1930년 11월 29일자. 광주광역시 시립민속박물관, 『남광주』, 2018, p.126 재인용.)
남광주역은 광주광역시의 근·현대의 경제 발전의 중심이었으며 2000년 8월에 경전선이 광주의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폐역(閉驛)이 되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작가가 처음 사진 작업을 시작한 1999년과 2000년도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남광주역이 폐역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전주에서 출발하여 새벽에 남광주역에 도착 후 남광주역의 플랫폼과 대합실 그리고 역 앞 공터를 오가는 사람들과 사물을 관찰하고 그곳의 생생한 모습을 담담한 시각으로 포착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남광주역을 주제로 플랫폼, 대합실, 도깨비 시장, 마지막 날로 전시가 구성되어있다. 김지연 작가는 새벽에 벌교, 보성, 고흥, 장흥 등에서 나물과 수산물을 가지고 남광주역으로 오는 여인들의 삶의 노고를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양손과 머리위에는 어김없이 보따리가 들려져 있다.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플랫폼에서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거나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작품화하였다. 또한 작가는 남광주역 대합실과 사무실에 놓인 전화기, 무전기, 운전협의판, 남광주역 운전협의서 등 남광주역에 있는 일상의 사물을 클로즈업하여 제시함으로써 사라질 대상에 대한 흔적을 쫒아가는 시선을 통해 남광주역을 기억하고 기리고자하였다.
1970년대부터 남광주역에 이른 새벽 기차가 도착하면 나물과 수산물이 남광주역 앞 공터에 펼쳐지면서 장(場)이 형성되었다. 남광주역 앞 공터는 600㎡정도로 작은 공간이다. 이 작은 공간에는 새벽에 장이 형성되고 오전 9시쯤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곳은 광주지역 사람들에게 도깨비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남광주역은 사라져 있지만 도깨비 시장은 현재도 광주지역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작가는 새벽에 도착하여 장사를 하는 사람과 장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였다.
2000년 8월 10일에 남광주역은 70년 동안 광주를 대표하는 역에서 폐역이 되었다. 작가는 남광주역의 마지막 날 전경과 2000년 무더운 여름날 남광주역이 철거되는 과정을 찍은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과 성찰이 내포되어있다. 작가는 찍고자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응시하고 관찰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 냉철하게 대상을 파악하였다.
김지연 작가는 쓸모를 다하여 사라지는 남광주역의 공간과 사물의 흔적들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소멸의 과정을 겹겹이 드러내는 작업을 하였으며 이러한 작업 방식의 이면에는 응시하는 대상에 대한 가치의 확신이 있기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김지연 작가의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를 확인하고 남광주역에 대한 기억의 소환과 기림을 위한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 김명지
남광주역
옛 남광주역(南光州驛)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 위치했다. 경전선 기차역으로 효천역과 광주역 사이에 있었으며 1930년 신광주역으로 출발하여 1938년 남광주역으로 이름을 변경. 2000년에 폐역(閉驛)됨.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화순, 남평, 효천역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남광주역 도깨비 시장에 팔러 나오는 할머니들의 짐 보따리들로 기관실 난간까지 그득했던 마지막 기차는 사라져갔다. 느리고 정이 묻어나는 시간의 기적소리는 희미하나 그 흔적 하나 붙들고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0년 남광주역 앞 시장터에서)
플랫폼
매일 새벽 가쁜 숨을 몰아쉬며 통일호 열차가 들어선다. 난간까지 짐을 매단 완행열차는 옛 시절 동네 달구지 같고 이고 진 보따리의 무게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빛 하나 땀 한 방울 허투룬 데가 없는 늙은 장꾼들 이 정갈한 노동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도깨비 시장
산다는 일은 참 거창한 일인 것 같아도 지나가고 나면 별거 없다. 저 선로 끝에서 귀 울림처럼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완행열차를 타고 오는 길손들
그 어깨와 등에 메고 온 삶의 뿌리들 난전에서도 살아나 말을 건다. "싸고 만나요"
마지막 날
광주 한 귀퉁이에 이적 남아 있었던 닳아서 얼굴도 제대로 알아 볼 수 없는 오래된 사진첩 속 옛 동무 얼굴인양 낡은 건물 모서리를 쓰다듬어 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 한 때는 내 꿈을 실어가는 탈출하고픈 유일한 비상구였던 두 길 선로는 더 이상 나란히 갈 수가 없다. 2000. 마지막 기차를 보내며-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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