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2019.07.07 ▶ 2019.09.28
2019.07.07 ▶ 2019.09.28
전시 포스터
김준명
투쟁의 증거들(영역표시) 2019 세라믹, 혼합재료, 가변크기
구은정
뜻 밖의 궤도 2019 수집된 오브제들, 가변크기
김지선
Blue Sky 2019 캔버스에 유채 145.5 x 112.1cm
한상아
낯선 무늬 2019 실크와 천에 먹, 가변크기
이병찬
CREATURE 2019 LED, LED RGB, 모터, 플라스틱, 조화, 가변크기
신이피
눈먼 시계공 제이 2019 FHD 2채널 영상, 9분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송은문화재단은 2015년 송은 아트스페이스 설립 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로《Summer Love :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을 개최했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본 전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16인 작가의 신작으로 구성됩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인 《Summer Love》는 젊은 시절 서로에게 헌신적으로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래서 헤어진 후에도 가슴 한편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는 ‘전시’와 관계하는 모든 작가의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수반된 모든 시간과 여러 관계는 그렇게 지난 시간으로, 하지만 끊임없이 다시 현재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잠재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그 다음의 전시를 마주하며 다음의 시간을 준비하게 됩니다. 본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시간이 얽히고설킨 얼개로서의 전시, 그리고 그 토양에 대한 강박적 시선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양한 주제의식과 매체를 다루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젊은 작가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그들 창작의 실현 토대인 전시의 시간을 함께 깊이 사유하며 거니는 기회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전시에 대한 짧은 소고
한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져야만 하는 전시의 휘발적 성격은 거기에 수반된 모든 창작자(심지어는 관객에 이르기까지)에게 무엇을 담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렇게 만들어진 지금, 여기 - 전시는 얼마나 가치 있는가? 사실 이러한 질문은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뿐만이 아니라, 전시를 중심으로 얽히는 모든 이들이 고심해볼 만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움’이나 ‘실험’이라는 말은 작가에게 과도한 짐이 되곤 하는데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누구로부터 세워지며, 무엇을 위해 시도되어야 하는가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심지어 새로움에 대한 강박은 독자성이 결여된 채 그저 하나의 경향성으로 수렴되는 조금 더 세련된 실천에 그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통속적인 전시가 작가에게 유일하게 허가하는 ‘지금’, 학습된 관람의 형식으로 찰나가 되어버린 감상의 순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기획의 소모성. 오늘날 순간의 감각적 소비, 또는 유희에 도달하게 된 전시의 시공은 심지어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서사를 납작한 한 장의 이미지로 재단, 정처 없이 떠돌게 만들었다. 전시를 마주한 모든 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산출해내기보단 그저 손안의 네모난 이미지로 그날 거기 있었음을 잠시 증언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전시는 그렇게 얄팍한 시간층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낱장의 이미지는 이미 익숙한 손안의 프레임을 기본값으로 주변으로 돌릴 수 있는 시선의 자유조차 박탈하고 하나의 초점으로 전시를 다시 전시하는 식이 되어버렸으며, 고정된 시선은 현재의 다층적인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 전시는 그렇게 끊임없이 지금이라는 열병을 앓으며 매 순간 새로움과 갱신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수반된 모든 노동의 시간을 하나의 시점(時點 혹은 視點)으로 귀속해버리고 만다.
오늘날의 전시는 언제나 새로움을 욕망하고, 끊임없이 현재를 갱신하려는 충동이 만들어낸 토양 위에 부유하는 듯하다. 《Summer Love》는 얇디얇은 하나의 시제로 귀결되는 전시에 염세와 부정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전시의 현재 시제를 떠받치는 서로 다른 시간을 보듬어 이 시공이 곧 비선형적 궤도와 다중의 시간으로 구축된, 그리 가볍지 않은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16명의 작가는 각자의 궤적에서 서로 다른 시점의 것들을 소환하여 여기의 조금은 폭력적인, 하지만 감당해야 하는 지금-전시에 다른 시간대의 유격을 확보하고자 한다. 거칠게나마 세 개로 나눈 시점, 즉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거나 과거의 것을 복기하여 지금의 것으로 재구성한(과거), 오롯이 당장의 전시를 마주하며 구상한(현재), 근미래에 존재하는 다른 전시로부터 상상한(미래) 여기의 가능성은 전시라는 지금의 시점을 뒷받침한다. 《Summer Love》는 전시의 토양을 문제 삼으며 시제로 시선을 옮기기는 했지만, 그것을 올곧게 주제로 삼기보다는 작가 개별의 타임라인에서 파편화된 시제가 공존하는 그 구조를 배경으로 할 뿐이다. 결국 비선형적인 차원으로 존재하는 게 전시인 만큼, 작가들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미래와 과거 등을 겹쳐내거나, 역순으로 거스르고, 또는 두 시간대 사이에 어떤 모종의 공백을 상상하며 지금, 여기에 살며시 포개어내고 있다.
본 전시는 참여하는 16명의 작가 개인의 서로 다른 시간대를 허락하고, 실천의 역동을 활성화(reactivating)함으로써 지금이란 열병에 사로잡힌 납작한 전시의 시간을 늘려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이 공존하는 시공으로 제시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전시라는 관념을 조금 특별한 시간대로 상정하고 그 토대를 뜯어보는 행위는 지금까지의 관성에 최소한의 제동을 거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 전시는 지금의 속도와 생산성, 경향성에 입각하여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옭아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재사유함으로 현재의 비가시적인 층위를 발견하게 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획득한다. 본 전시는 다른 시제를 허락하지 않는 전시의 토양, 즉 지금의 열병에서 한 발짝 떨어져 우리의 이성과 합리적 인식만큼 선형적이지만은 않은 비선형적 시공, 다중의 시간대로 전시를 인식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더 이상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그렇다고 가만히 방기할 수만은 없는, 얇아 보이지만 고도로 압축되어있는 전시의 시간을 사유한다.
■ 김성우
1981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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