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避暑: 더위를 피하는 방법
2019.07.17 ▶ 2019.09.22
2019.07.17 ▶ 2019.09.22
전시 포스터
김기태
Unknown Artist- July 26th 14. Mixed Media on Canvas 194X130cm. 2014
김상균
물타기 oil on canvas_181.8x227.3cm_2018
김유신
기분 좋은 날 980×1230cm, 장지에 채색, 2016
김호민
캠핑희망도-세한도 한지에 수묵채색,2019
이만나
눈 성 The Snowy Castle oil on canvas, 162 x 393 cm, 2013
이용석
정원-꿈19-03 48×64cm, Mixed Media on Canvas, 2019
박방영
한가로이 91×182cm, 장지에 혼합재료, 2018
이열모
계룡산록 설경 1986_137x400_종이에 수묵담채
기획의 글
권하니|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사
‘피서’는 피할 ‘避’, 더울 ‘暑’,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함’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는 예로부터 더위로 인해 기력이 쇠함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하게 피서를 즐겨왔는데 신라시대 <울주천전리각석>에 새겨진 서기 525년부터 이어진 기록들을 보면 더위를 피해 시원한 물가에 방문한 다양한 인물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서늘한 곳을 찾아 피서를 즐기는 방법은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취하는 것이었고, 이 외에도 열을 내리는 음식을 먹거나 목욕을 하여 더위를 식히고, 부채를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피서의 방법은 지금까지도 생활 곳곳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시원한 유락시설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등 보다 직접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피서의 방법 중에서도 이번 《피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전시는 현대작가 10인의 작품을 시원한 전시실에서 감상하며 현시대에 맞춰 해석된 ‘와유臥遊’를 통해 여름의 정취를 만끽하며 더위를 극복해 보는 경험을 함께하고자 기획하였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여름을 대하는 자세’와 ‘와유를 위한 설경雪景’이다. 전시실 1,2에서 만날 수 있는 김기태, 김상균, 김유신, 박방영, 이용석, 태우 작가의 작품들은 여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해석, 더위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김기태 작가의
김상균 작가는 서로다른 사물이나 풍경을 엮어 하나의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순간에는 깨닿지 못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부터 곳곳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게 된다. 레프팅을 하는 계곡 속에 수영장이 있고 그 안에 항구가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조합인데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좀 더 집중하여 보면 각각의 풍경들은 서로다른 다양한 질감과 회화기법들을 사용하였기에 보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개별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멋진 곳만을 담은 풍경은 어떨까?’라는 물음에 김상균의 <작위#2>는 적절한 답이 될 것이다.
김유신 작가의 <기분좋은날>시리즈에는 공통적으로 자연풍광과 이를 조우하는 한 남성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은 뒷모습이기에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잎사귀들이 모여 나무가, 나무가 모여 산과 숲이되고, 수많은 물결이 모여 바다가 된 자연을 바라보는 인물의 어깨는 힘을 뺀 듯 조금은 내려가 있지만 전체를 관망하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작가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기분좋은 경험이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내비친다.
천, 캔버스, 합판 등 다양한 바탕위에 고유의 질감과 색채를 지닌 안료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박방영 작가의 작품은 서예와 회화의 경계를 구분짓지 않는다. 그림이 곧 글씨이며 글씨는 그림으로 형태가 변해 표현되는 만큼 작가의 작품세계는 무궁무진하다.이번 전시에서는 서동요를 그림문자를 섞어 조근조근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감상할 수 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라는 내용은입술과 口(입 구)자를 위트있게 표현하여 직관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곳곳에 숨어있는 해학을 담은 요소들을 발견하다보면 어느덧 이야기는 끝나고, 한번 작가의 유도에 이끌린 관람자는 다음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는 듯한 비현실적인 색감과 구도를 볼 수 있는 이용석 작가의 <정원-꿈>시리즈들은 같은 구도와 색감이지만 등장하는 코끼리들만이 다르다.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색 ‘노랑’을 사용하여 어두운 밤하늘 아래 정적이지만 안정적인 에너지들이 넘실댄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이 공간은 강하지는 않지만 고르게 퍼져있는 긍정적 기운을 양분삼아 묵묵하게 나아가는 코끼리를 통해 막막한 세상에서도 힘내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공감을 가지며 안정을 찾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자잘한 아픔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격려해 주는 듯하다.
Pool(수영장)과 Lay(눕다)가 합쳐진 <Pool_lay>의 작가 태우는 젊은 감성으로 ‘와유’를 재해석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한다.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그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본질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안료에 대한 연구와 시도로 작가만의 독특한 질감과 색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느날 떠난 여행지 야외 풀장에서 튜브에 몸을 눕혀 바라본 하늘, 닿아오는 바람, 자연의 소리 등을 접하고 이게 바로 ‘와유’인가! 깨달음을 얻어 시작된 <Pool_lay>시리즈 초반에는 다이빙하는 사람들의 다리 등을 오브제와 레진으로 부분적으로 들어간 작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오브제를 제외하고 건물이나 풀의 배치, 수묵의 느낌이 충만한 나무 등의 표현에 집중하여 보다 안정된 구도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실 3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더운 여름, 벽에 설경을 걸어놓고 감상하며 더위를 이겨내던 방법처럼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겨울의 풍광을 그린 김호민, 이만나, 이열모, 이종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 본다. 시원한 전시실에서 즐기는 설경으로 현대인에게 맞춰진 ‘와유臥遊’를 즐겨본다.
김호민 작가의 <캠핑희망도-세한도>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작업한 작품이다. 평소에도 추사 김정희를 흠모하는 감정으로 2016년 세한도를 오마주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설경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를 위해 겨울 눈이 많이 내린 날 추사선생의 마당이라도 쓸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마당, 지붕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눈을 치우는 작가를 대신한 인물은 고될지언정 기쁜표정을 짓고 있어 보는이로 하여금 같이 웃음짓게 만든다.
이만나 작가의 ‘눈내리는 밤’ 시리즈는 외진 지역의 작업실에 폭설로 고립됬던 밤 주변을 살펴보는 중, 가로등 불빛으로 비춰진 풍경은 그동안 보았던 곳이 아닌 새로운 세계의 시작으로 다가왔다. ‘우아하면서도 두려운 느낌’으로 다가온 설경은 작가의 영감이 되어 ‘눈내리는 밤’연작이 되었다. 스푸마토기법을 사용하는 작가에게 눈 내리는 밤의 풍경은 기법을 떠나 실재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관람자로 하여금 꿈 같이 환상적이지만 실제 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실경산수의 대가 이열모 작가는 한국의 곳곳을 사생하며 지역의 명칭을 붙인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에서는 설경만을 모아 선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가로 400미터의 대작 <계룡산록설경>은 눈덮힌 초가지붕과 수확을 마친 밭의 섬세한 묘사와 여백을 살린 과감한 구도, 눈 내리는 산천에 초가집 옆 눈을 막아 주는 듯 푸르게 자리잡고 있는 사철나무군락의 색감까지 무엇하나 모난 곳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추운 겨울 혹독할 수 있는 자연과 맞닿은 풍경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취가 담긴 작품이다.
프레스코 작업으로 한국의 풍광을 화폭에 옮기는 이종민 작가는 <울릉가는길>을 통해 모자란 것을 채우고 과한 것을 덜어내는 옛 선조의 지혜와 염원을 작가의 해석을 더해 비보산수裨補山水로 표현했다. 네폭의 작품은 각각 도동-여수, 사동-구례, 저동-밀양, 현포-당진 테마를 가지고 있어 개별로는 불의 기운이 많은 곳에 이를 눌러주는 사찰을 배치하거나 연못을 배치하여 풍수적으로 좋게 만들었고, 네 폭을 모으면 능선이 하나로 이져 배산의 구도를 갖춘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1957년 출생
1968년 출생
196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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