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동그라미를 가리키고 사각을 뜻하는
2019.08.23 ▶ 2019.09.28
2019.08.23 ▶ 2019.09.28
전시 포스터
김무영
각인된 감각들 2019, 단채널 영상, 30′00″
김지영
파도 2015, 종이에 목탄, 150 x 247cm
이우성
땀 흘리며 달려간다 2019, 천에 수성페인트, 아크릴릭 과슈, 165 x 300cm
이의록
라그랑주 포인트 2019, 단채널 영상, 35′00″
“링, 동그라미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복서에게는 사각을 뜻한다.”
김소연 시인, 『한 글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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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를 동그라미인 동시에 사각인 것으로 사고의 흐름을 옮겨갈 수 있을까. 링처럼 말이다. 전시는 폭력을 다룬다. 전시제목 《링, 동그라미를 가리키고 사각을 뜻하는》은 김소연 시인의 글에서 따왔다. 동그라미와 사각이란 시각 기호를 활용한 문장인데다가, 단어 ‘링’은 일상의 동그라미를 폭력의 장(사각의 링)으로 의미를 치환한다.
저마다 자기만의 고유한 삶이 있다고 할 때, 반응하거나 이입하게 되는 폭력이 다를 것이다. 전시는 이 자연스러운 반응에 주목한다. 개인의 일상을 소멸시킨 국가적 억압이나 불의, 사회적 재난이나 참사를 특정지어 살피기보다, 일상에서 작가가 폭력에 다가서게 되는 순간을 조망한다. 그렇기에 작가가 천착해 온 주제와 관련이 없이, 폭력의 모양을 다각적으로 드러낸 작가의 작업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에 있어 기획자가 천착한 물음은 다음과 같다. 작가가 폭력에 반응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그 결과물로써 작업은 폭력을 어떤 양태로 드러내는가. 예술은, 작업과 전시는, 삶의 변곡점을 제시하는 매개체로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김무영, 김지영, 이우성, 이의록 작가는 폭력에 있어 각자가 다른 열망을 소유한 작가들로, 서로 다른 위치와 시간 속에 폭력을 다룬다. 각각의 작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작가의 태도나 이데올로기를 제시한다. 기획자는 드로잉, 회화, 영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이미지나 오브제를 조합하고 재배치하며 이 물음에 답한다. 이를 위해, 작업을 이정표처럼 배치하여 네 작가의 작업을 전시장에서 한 번씩 꼭 마주하도록 배열하였다. 전시공간은 작가가 폭력과의 거리를 변주해가며 폭력의 양태를 점차 섬세히 재현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삶에 침잠해 있는 폭력, 거세게 솟아오르는 폭력(1층)에서부터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고 있지 못한 폭력(B1층)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작가가 이미지로 폭력의 양태를 구축해가는 과정(2층)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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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폭력이다. 이론적으로든 경험적으로든 나는 폭력의 표면에서 겉도는 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선에 사로잡혀 폭력에 침묵하는 일은 가장 쉬운 일이란 사실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예술은 그 익숙한 관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움트게 만든다.
우리는 반복한 만큼 알고 있다.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은 무엇 하나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폭력에 예민한 자와 둔감한 자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폭력을 경험하고서도 그것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과 자각했기에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맡긴 인간이 스스로 나아지기 어려울 때, 예술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예술은 일상에서의 폭력을 폭력으로 감각하게 하고, 머뭇거림이란 불길한 징조로부터 벗어나게 만든다. 물론, 원이 한순간에
사각으로 보이진 않는다. 동그라미를 링이라 설명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구조적 관점에서 폭력을 인지하는 날엔 불능, 좌절, 무능, 무기력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작업을 통해 ‘동그라미를 가리키고 사각을 뜻하는’ 순간을 전하길 시도한다. 그들은 이 여정을 포기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니 기획자는 작품 곁에서 예술이 발생하려는 경향을 지탱하려 노력할 수밖에.
물론, 그 관계가 작가와 기획자일지라도, 연대는, 그 낱말이 품은 가능성만큼 현실이 아름답긴 어려운 말이다. 진은영 시인이 첫 시집 표지에 쓴 문장을 떠올리며, 연대를 웅얼거린다. “친구, 정말 끝까지 가보자. 우리가 비록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도록 증오할지라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여정이 있는 자들이므로, 적어도 첫 문장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정말 끝까지 가보자.
■ 정희영(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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