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와 모조 머리들 Axe and Dummy Heads
2020.12.22 ▶ 2021.02.20
2020.12.22 ▶ 2021.02.20
전시 포스터
인미공 창작소 1기 입주팀 쿨라(Kula!)
《그리드와 협박》 유아용 침대, 건축 미니어쳐, 아크릴 패널, 조명, 2020 《Shape memory alloy》 2채널 비디오 설치, 10분 53초, 2020
인미공 창작소 1기 입주팀 쿨라(Kula!)
Bent 2채널 비디오 설치, 8분 11초, 2020
인미공 창작소 1기 입주팀 쿨라(Kula!)
《Ethereal, Punch, Yellow》 3채널 비디오 설치, 2분03초, 2020 《Test cross》 폴리우레탄, 스프레이페인트, 후크, 2020
인미공 창작소 1기 입주팀 쿨라(Kula!)
전시전경
전시명 ‘Axe and Dummy Heads (도끼와 모조 머리들)’은 영화사 최초의 특수효과로 알려진 1895년 영화 <메리 여왕의 처형>에 나오는 한 장면에 사용된 도구들이다.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의 참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도끼와 모조 인형을 활용하는데, 여왕이 단두대에 얼굴을 대고 있는 장면과 참수 후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 사이 생략된 시간 동안 화면의 외부인 현실은, 배우 대신 모조 인형으로 대체하려는 스태프들을 비롯하여 각기 특수 효과를 완벽히 이뤄내려는 다양한 역할과 노력이 존재한다. Kula!는 이 장면에서 일종의 생략되고 잘려나간 시간 동안 소임을 다하는 스태프들의 움직임, 그리고 현장과 화면의 순간이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하는 편집적 시간의 작동방식을 ‘자신의 몸을 깎아내리고 상대의 진영에 섞여 들어가는 모종의 약속’이라고 읽고 이를 자신들의 협업 방식과 연결한다. 본래 Kula!라는 명칭은 호주 주변의 섬인 멜라네시아 남동구 지역 주민들이 행하는 순환적 선물 교환제도에서 비롯된 말로, 세 명의 작가는 서로의 작업이 섞이고 관계 맺는 방식, 서로의 질문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부유물들에 주목하며 하나의 방법론으로서의 Kula! 안에 나타나는 사유와 작업의 결합 양상들을 지속적으로 탐색해왔다. 그래서 영상, 퍼포먼스, 조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에 집중해온 세 명의 작가는 각 매체의 고유 언어와 익숙한 감각을 기꺼이 타자의 시선과 예술적 실행에 내맡기고, 시간의 축적으로 쌓이는 변이 과정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과 새로운 부산물의 양립적 거리 안에서 서로를 탄력적 관계 안에 위치시킨다. 이번 전시는 일종의 융합형 결과물에 집중한 전시이기 이전에, 서로 다른 매체를 경유한 작업이 현재 머무는 지점, 그리고 '전시'로 귀결되는 상태 이전에 유실된 시간성과 창작의 과정이 결과물로 이르는 경로를 열어 보여주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상기한 최초의 영화적 편집술에서 탈각된 노동과 모종의 약속을 맺는 시간의 간격을 늘려, 화면 밖의 리얼리즘이 내재한 또 다른 층위의 시간성을 드러내듯 (그것을 전시명으로 앞세우듯), 전시를 통해 작업으로 이르는 탈각된 시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신체와 사유를 경유한 각 매체별 교환, 혹은 교란 방식을 좀 더 살펴보면, 세 작가 개별 작업의 모티프는 공교롭게도 협업 방식에서 환기되는 어떤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공통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이를테면 ‘등장인물이 이름 또는 정체를 숨겨야 살아남는다는 동화’(A의 작업), ‘스스로가 소멸해야 생산물이 유지되는 누에의 일생’(B의 작업), ‘충돌과 위협을 기록하는 블랙박스’(C의 작업)처럼, 개별 작업의 큰 윤곽이나 방향이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소멸해야 하거나, 이를 위한 위협 안에서 가치가 드러나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A의 퍼포먼스 연출과 C의 촬영자의 태도가 역전되면서 새롭게 맺는 관계성, A와 C가 제시한 이미지들이 B의 물질 실험으로 확장되는 방식, B의 재료적 탐색이 C의 퍼포먼스 의상으로 밀착되는 방식, C의 작업이 B의 작업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기능하는 방식 등을 통해 세 작업의 교환방식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전시를 통해 세 명의 문제의식이 하나의 작업적 결과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산물로 형성된 결과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매체 친화적 노하우'가 다른 시선으로 인해 포기되는지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 전시에서 어떤 형태의 부산물이나, 혹은 어떤 종류의 텍스트에서 언어화된 또 다른 흔적을 통해 결코 포기될 수 없었던 개별성들과 조우하며, ‘이상’과 ‘현실’, ‘환영’과 ‘외화면(offscreen)’ 사이 보다 솔직한 내적 심상들을 가감 없이 펼쳐내고자 한다.
** 코로나 19 관련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잠정 휴관 중이며 관람 가능 일정은 추후 별도 공지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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