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_시대의 눈: 해석된 달항아리
2022.06.03 ▶ 2022.06.28
2022.06.03 ▶ 2022.06.28
전시 포스터
김덕용
현-우주를 품다 128x122cm, mother of pearl, carbonization on wood, 2022
이종기
달항아리 1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승지민
Genesis of Life V(Cell Division) 30x32cm, Overglaze painting on porcelain, 2022
권현진
VISUAL POETRY X MOON JAR 76x76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1300도 가마에서 일어나는 때와 불의 조화,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라 불리우는 이조백자 달항아리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늘날의 수많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한국적 조형미의 극치로 평가받고 그 있다. 그 달항아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의 심미안은 달항아리로 시작되었다”는 김환기화백은 그것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한국의 산천과 달, 매화, 여인들을 함께 그렸다. 그 이후 달항아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고 수많은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더운 여름 한 줄기 소나기를 내리고 저쪽 하늘에 다시 피어오른 눈 같은 뭉게구름과 큰 바다와 호수와 강가 겨울산과 바람을 생각하기도 한다.”고 정양모 관장이 표현했던 백자대호 달항아리, 소박한 어깨에 당당한 굽, 둥근 팔각에서 오는 편안함, 거기에 풍만함과 준수함은 어떤 것도 품을 수 있는 군자의 마음을 지녔고, 시작 끝의 개념을 모두 함축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달항아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비정형의 형태가 품은 너그러움과 넉넉함이 한국민의 정서와 깊이 맞닿아 있다.
둥근 형태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에너지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달항아리. 한국적 아름다움의 정수 달항아리, 이에 대한 현대적 시선을 가진 작가들은 달항아리를 어떻게 해석할까? 갤러리나우는 현재 화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이 해석한 달항아리에 대한 시선을 살펴 보는 전시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 _ 시대의 눈 : 해석된 달항아리>展을 마련했다.
갤러리나우는 2020, 2021년 2회에 걸쳐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전을 열어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참여작가 : 강익중, 고영훈, 구본창, 김덕용, 김용진, 석철주, 최영욱, 신철, 김판기, 이용순, 오만철. 전병현... )
2022 세번째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 _ 시대의 눈: 해석된 달항아리>展은 이 시대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작가들이 달항아리를 각각의 심미안으로 재해석한 작업들을 보여준다. 권현진, 김덕용, 아트놈, 이상협, 이용순, 이이남, 이종기, 정현숙, 챨스장, 최영욱, 하태임등 작가들에 의해 박물관에서 문화재로 있던 그 달항아리는 이 시대의 아티스트의 시선을 통해서 시대적이 해석이 더해져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재탄생 되는 자리이다. 아울러 자신의 호를 도천(陶泉•‘도자기의 샘’이라는 뜻)으로 지을 만큼 도자기를 사랑했던 도상봉(1902~1977)의 작품도 볼 수 있다.
■ 갤러리나우 이순심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 왜 작가들은 그토록 달항아리의 조형성에 매료되고 있는 것인가? 공통적인 이유는 흰색과 생김새에서 오는 감수성이다. 사실 달항아리 같은 순백자 항아리는 우리민족에게만 있어서 더욱 그러하기도 하다. 흰색은 전 세계 공통으로 하늘, 천상, 순결, 허공, 순종, 희생, 관대한 허용의 보편적 감수성을 지닌다. 느낌은 깨끗하고 자연스러우며 또 모든 색 중에 가장 순수하다. 하얀 웨딩드레스, 백의의 천사 간호사복, 수도원의 수도사복이 흰색이다. 천사도 백색 옷을 입고, 신선은 눈썹과 수염까지도 하얗다. 초월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천상에서 오는 빛의 색을 흰색으로 가름했다. ‘희다’는 중세 국어로 해를 뜻하는 단어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흰색은 다른 색을 생생하게 살려주고 풍성하게 감싸 안기에 미술관 벽면도 하얗다.
흰색은 이처럼 '색상'을 넘어 시대마다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됐다. 흰색의 역사는 빛으로 순수함을 담으려 했던 인간의 여정이다. 무색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흰색이 무색을 대신하면서 비움, 공허를 기표하기도 했다. 달항아리는 기물이라는 점에서 비움과 공허의 미덕은 존재자체의 의미이기도 하다. 흰색으로 그 존재의미를 더 극대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도 원이 아니라 둥그스름하다. 완벽한 원은 폐쇄적인 닫혀진 모습이다. 원에 가까운 둥그스럼은 열려진 구조다. 소통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규격화 된 형상보다 비정형의 모습에서 마음을 저울질 하고 생각을 시작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동되는 지점으로 우리가 외부세계에 관여하는 기본 방식이기도 하다. 달항아리의 비정형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다. 양감을 더욱 풍부하게 부각시켜 준다. 달항아리가 내밀한 차원을 열리게 해주는 열린 구조라는 얘기다. 우리 감성의 보물창고가 열리는 것이다. 수화 김환기 작가는 “내 뜰에는 한아름 되는 백자 항아리가 놓여 있다. (…)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으로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촉감이 통한다. (…)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라고도 했다.
이런 자유의지와 상상력은 우리 오관에 날카로운 촉수를 만들어 준다. 최상급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것을 떠나 상상적인 것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달항아리가 열린 감성의 창고라는 찬사를 받는 지점이다. 주둥아리가 넓어 호흡하는 느낌을 주면서 표면이 사람 피부 같기도 하다. 야스퍼스는 모든 존재는 그 자체에 있어서 둥근 듯이 보인다고 했다. 반 고흐도 삶은 아마도 둥글 것 이라고 했다. 존재의 그 둥굶은 현상학적인 명상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빛 덩이 같은 달항아리 처럼 우리 자신을 응집시키고 외부적인 것이 없는 것으로 살아질 때 둥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둥그스름한 달항아리는 하늘의 달이 되고, 그 풍경 속에 큰 평정이 있다. 좋은 상징물이다. 이런 해독의 임무는 예술에 있다. 들뢰즈의 초월론적 경험론도 이런 것일 게다. 목수가 대패를 통해 나무가 방출하는 기호에 민감해질 때에만 비로소 경지에 이르게 되는 이치와 같다.
■ 편완식(뉴스프리존 기자)
달항아리는 신비롭다.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조선 후기 1725-1751년 사이 26년 동안 왕실 도자기 제작처였던 경기도 광주 금사리 가마에서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200여 년이 지나서 수화 김환기의 그림과 글에 홀연히 나타났다. 그는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며 이 항아리에서 한국의 미에 눈을 떴노라 고백했다. 그가 본 달항아리는 그 중앙에서부터 균형이 일그러져 있어서 비율이 울퉁불퉁하여 항아리 주위를 돌아서 보면 항아리가 움직이는 듯한 착시가 생긴다. 게다가 표면에 발린 유약이 균등하지 않아 광택이 없는 속살이 느껴지기도 하고, 심지어 세월 속에서 묻은 때와 도자기에 스며든 여러 가지 얼룩 때문에 매우 가깝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관전으로 9점의 국보와 보물급 달항아리 전시가 열렸으며, 2011년 문화재청에서 백자대호를 공식적으로 달항아리라고 명명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달항아리에 대해 넘쳐나는 찬사를 듣고 읽어왔다. 브리티쉬 뮤지엄 한국관에 있는 달항아리를 버나드 리치는 “자연스러운 무심함(natural unconsciousness)”이라고 했고, 최순우는 “어리숙하고 순진한 아름다움”, 무심한 아름다움”, “원의 어진 맛”때문에 “넉넉한 맏며느리같다”고 했다. 유홍준은 “한국미의 극치”라고도 했다.
■ 김웅기(미술비평)
1961년 서울출생
1902년 함경남도 홍원출생
1973년 출생
1969년 전라남도 담양출생
1976년 서울출생
1964년 서울출생
1973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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