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지아: Tele-vision

2022.07.15 ▶ 2022.07.30

캔 파운데이션 레지던시(오래된 집)

서울 성북구 성북로18길 16 (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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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Press Release

    당신의 연못에도 이것이 비친다.
    윤수정 (협력기획)

    이유지아 작가의 작업에 대한 나의 기억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기록된 몇몇 영상 작품으로부터 출발한다. 2019년 우란문화재단에서의 《신물지》 전시에서 작가는 충청남도 태안, 제주도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영상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무교 전통의 풍경과 상징을 아우르는 당시 작품을 통해 나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장소와 사건을 탐색하고 역사적 기원까지 파악하려는 작가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이후 2년정도 ‘좋은이웃사람’ 그룹 안에서 함께 활동하며, 이 같은 주제 의식을 표현함에 있어서 아카이브라는 작업 방식이 작가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기 이전에 몇몇의 주제에 대해 긴 시간을 들여 다양한 층위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리서치하는 과정을 갖는다. 일련의 과정에서 작가는 하나의 주제 위에 교차하는 맥락들을 찾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서로 다른 시공간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어 붙이거나 단절시킨다. 작가는 그렇게 일부러 연결하고 빈틈을 내면서, 굳이 다차원을 점프하는 과정을 거쳐 상상된 새로운 이야기들로 이미지 패널과 스크립트를 구성한다. 작가는 이 능동적인 작업의 과정을 행위하는 아카이브(Performing Archive)로 부르며, 마치 스스로의 인식 속을 탐험하는 여행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1]

    이번 캔 파운데이션 오래된 집에서 열린 《Tele-vision》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퍼포밍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4년 전 알게 된 『삼국유사』에 적힌 창원 백월산 설화를 통해 처음으로 텔레비전이라는 주제를 작업으로서 주목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작업의 흐름에 따라 전시는 마찬가지로 설화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장소에서 동일한 이미지를 보는 텔레비전의 시초와도 같은 이 설화를 이유지아 작가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그리고 작가는 ‘텔레비전’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인간이 세계와 타자를 감각하며 소통하는 태도에 대한 무수한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길어 올린다.

    작가는 다른 장소에서 같은 것을 보는 텔레비전적 행위와 감각에서 현대 무형의 네트워크 장을 떠올렸다. 작가에게 지난 해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은 추상적인 네트워크 개념을 가장 유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기였다.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연결되고, 소통하는 일상의 감각으로부터 작가는 네트워크라는 텔레비전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자 이미지를 소환한다. 작가는 (2022)에 조각난 지도와 선형적인 네트워크 이미지를 전시하고, 이를 스탠드 걸이를 사용하여 자유롭게 재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시의 소재가 되는 무형의 네트워크를 조형적으로 시각화, 유형화하려는 작가의 시도로 네트워크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환기한다.

    작가는 이어서 네트워크의 모양만이 아니라 그 속성도 추적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네트워크는 서로 이어졌다가도 끊어진다는 점에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거리감을 속성으로 갖는다. 작가는 이와 같은 감각을 (2022)에서 병풍과도 같은 형태로 은유하고, 그 사이들을 꿰뚫는 선들을 사용하여 철광석 이미지와 생경한 풍경 이미지, 사각면을 구성하는 선들을 구조 안에 삽입한다. 그리고 (2022)에서는 작가가 랜덤하게 검색한 풍경 이미지들이 재생되는데, 재생되는 모니터 위에는 울퉁불퉁한 표면의 아크릴이 놓여있다. 이로 인해 모니터와 보는 이 사이에 의도적인 거리와 필터가 생겨나고, 원본의 이미지와 흐릿한 이미지를 함께 비교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디지털적 일상의 풍경이 어떠한 기술과 인식의 틀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하는지, 작가는 그 보이지 않는 거리와 매커니즘을 에서 구조화한다.

    한편, 작가는 네트워크가 하나의 감각만으로 이루어진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도 퍼포먼스 작업으로 짚는다. 앞서 언급하였듯 작가의 작업은 장시간에 걸친 리서치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수행하였던 주요 리서치들을 배우에 의해 수행되는 퍼포먼스 작업인 (2022)에 녹였다. 관객들은 낭독하는 배우와 마주보며 작가가 탐색하였던 여정, 즉 퍼포밍 아카이브의 과정을 고스란히 듣고 이해할 수 있다. 관객들에게 작업 안에서 퍼포머와 마주보는 행위는 마치 텔레비전을 보는 행위처럼 느껴지고, 시공간이 자의적으로 뒤틀린 듯한, 다소 모호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일종의 섬망적인 상태를 겪는다. 그 안에서 퍼포머와 관객 간의 네트워크는 공감각적이고 다면적인 형태로 경험된다. 이는 네트워크가 감각의 표면을 넘어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작용하고, 그것이 텔레비전적 행위와 맞물리며 우리를 둘러싼 시공간을 조직하고 있음을 작가는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낸다.

    (2022) 작업이 작가에게 날 것의 아카이브였다면, 서가처럼 제작된 (2022)는 네트워크의 기원에 대한 아카이브 집합처럼 보인다. 네트워크 위를 흐르고 있는 많은 이미지와 텍스트들을 패널로 제작한 이 작품에는 오래 전 동굴벽화의 언어적 기호들, 신체 속 광물(Fe)의 흔적, 씨앗 형태의 네트워크 이미지 등이 프린팅 되어 있다. 이 같은 작업에서 작가는 네트워크의 개념을 시공간이 확장된 시점에서 살펴본다. 때문에 에서 관객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지들은 작품의 구조로 인해 중첩되어 있고, 각 패널들의 인과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이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질문하는 일은 무용하다. 단지 패널 위에서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율동하고 형태화한다. 그리고 작가는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함축하는 연결과 소통의 감각은 당연하게도 우리 외부의 자연과 타자를 향하고 있음을, 현재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의 것임을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처럼 감각과 연결 사이를 오가며 세계를 이해하려는 작가의 노력은 금번 개인전에서만이 아닌 기존 작업 속에서 꾸준히 드러난 바 있다. 작가는 2019년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선보인 <말랑말랑한 모듈러>(2019)에서 과거 피해자에게 각인된 냄새의 비누로 공간의 설계도면을 재현하여 전시장에 드로잉 작품 뿐 아니라 과거의 냄새까지 채웠다. 작품에 의해 공감각적으로 재현된 과거의 흔적은 공간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아픔에 동감하고자 하는 작가의 제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작가가 집중해오던 동감과 소통이라는 주제를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텔레비전적 감각과 행위들로 다시 풀이하며, 네트워크 개념을 빌어 종합적으로 가시화한다.

    작가는 우리가 세계와 시공간의 차원 속에서 뒤죽박죽일지라도 모두 얽혀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들의 세계관에서 알 수 있듯 이유지아 작가에게 시공간은 비선형적인 파노라마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어져 있는 점들을 통해 연결되고 순환하며 유동적인 입자 같은 존재가 바로 지금의 우리인 것이다. 페르시아의 시인 사디(Sa’di)의 선언처럼, “모든 아담의 후예는 한 몸을 형성하며 동일한 존재이다. 시간이 고통으로 그 몸의 일부를 괴롭게 할 때 다른 부분들도 고통스러워 한다. 그대가 다른 이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2] 우리는 네트워크 안에서, 혹은 태초부터 모두 서로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이유지아 작가가 오래된 집에 펼쳐놓았듯 세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연결을 지향하고, 인류는 텔레비전적 감각과 행위들로 여러 갈래의 세계들을 이어왔다. 이 다양한 차원들을 여행하고 만나는 이야기에 동감하는 일은 이제 각자의 몫이다.

    [1] 퍼포밍 아카이브(Performing Archive)는 2019년부터 좋은이웃사람 콜렉티브에서 연구된 아카이브 방법론으로서 독일의 문화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았다. 퍼포밍 아카이브는 아카이브가 단순히 기록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시공간, 관점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재맥락화되는 행위 자체임을 함의한다.

    [2] Sa’di, 1184-1292, manifesto, “The sons of Adam are limbs of each other, having been created of one essence. When the calamity of time affects one limb the other limbs cannot remain at rest. Thou art unworthy to be called by the name of a human.”,

    전시제목이유지아: Tele-vision

    전시기간2022.07.15(금) - 2022.07.30(토)

    참여작가 이유지아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 휴관

    장르영상

    관람료무료

    장소캔 파운데이션 레지던시(오래된 집) CAN Foundation Residence (서울 성북구 성북로18길 16 (성북동) )

    연락처02-766-7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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