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quainted with the Night
2023.06.02 ▶ 2023.06.17
2023.06.02 ▶ 2023.06.17
서동욱
SH 2020. 캔버스에 유채, 162.2 x 130.3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이안리
Alchemy, Transmutation of Matter (부분) 2023. 금색 구리 아일렛, 스테인리스 와이어, 고무 캡, 땅콩 껍질, 옻칠, 스테인리스 고리, 전선, 가변크기.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최윤희
Silent Noise #6 2023. 캔버스에 유채, 194 x 194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이안리
모이와 등 II 2022. 혼합재료, 137 x 70 x 35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최윤희
Fallen Out #1 (the changing beginning) 2023. 캔버스에 유채, 182 x 182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최윤희
Silent Noise #5 2023. 캔버스에 유채, 130 x 97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서동욱
담배피우는 DW 2019. 캔버스에 유채, 162.2 x 130.3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서동욱
밤-실내-아이리스의 방 2011. 캔버스에 유채, 50 x 65.1 cm. © ONE AND J. Gallery and the artist.
원앤제이 갤러리는 오는 6월 2일부터 17일까지 영국 런던에 위치한 프리즈(Frieze)의 전시 공간 ‘No.9 Cork Street’에서 국내 작가 3인(서동욱, 이안리, 최윤희)과 함께 그룹전 《Acquainted with the Night》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인간의 숙명처럼 맞닥뜨리는 고독, 소외감 등의 어두움을 ‘밤’에 빗대면서, 밤과 교우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은유한다. 세 명의 작가는 각자 내면의 밤에서 비롯한 심상과 사유를 인물화(서동욱), 추상화(최윤희), 설치 및 조각(이안리) 등으로 다채롭게 선보인다.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한 인물화를 탐구하고 있는 서동욱은 고독을 비롯한 현대인의 숨겨진 어두운 내면을 영화적 연출이 더해진 회화적 화면으로 그려낸다. 최윤희는 내면에서 일렁이는 깊은 감정을 자신의 신체를 중심으로 감각하고, 그 내밀한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선, 호흡, 리듬, 움직임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안리는 시 〈연금술〉(2019)를 통해 작은 존재의 고요한 순간을 금속화한 자신의 시각에 대해 〈연금술〉과 함께 확장된 설치 작품 2점은 서동욱, 최윤희의 회화 사이에 조화롭게 자리함으로써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생명력을 지닌다.
이번 전시명은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가 1928년에 발표한 시 〈 Acquainted with the Night 〉와 동명이다. 어두움으로 은유되는 밤을 겪는 시의 화자는 그에 점차 익숙해져 잘 아는 사이이다. 지금과 전혀 다른 환경이었던 100년 전의 시이나, 화자가 처한 상황은 현재의 우리와 비슷하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간 시의 화자도, 모두가 밤을 교우(acquainted with the night)한다. 홀로 어두움을 겪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수많은 미디어에 의해 외부와의 관계가 연결되고 확장될수록, 오히려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뿐이다.
밤은 우리를 둘러싼 감정, 상황 등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흔히 밤은 멜랑콜리하고 고독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와 동시에 밤은 우리로 하여금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공간을 선물하기도 한다. 저 멀리에서 나를 비추는 달빛만 내리는 어두컴컴한 밤일지라도, 어둠 속 희미한 빛에 기대어 자아를 고요하게 헤아릴 수 있다. 홀로 비를 맞으며 헤매이는 밤, 내게 관심을 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밤, 우리는 삶에 불현듯 찾아오는 이러한 밤을 거듭 마주하고 익숙해져가며 살아나간다. 전시 《Acquainted with the Night》에서 각자 맞닥뜨린 밤을 풀어내는 세 명의 작가의 ‘빛’을 만나보길 바란다.
서동욱의 그림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있다. 그는 모델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의 깊이 만큼 섬세한 회화적 표현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그는 외면의 닮음을 넘어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가까운 지인들을 그림의 대상으로 삼는다. 때로는 그림 속에 그려진 인물에 자신의 삶의 고독과 기쁨, 연약함을 투사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회화 연작 ‘실내의 인물’을 통해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면서 축적된 고유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2010년까지 영상과 회화를 각각 다른 매체로 병행한 서동욱은 ‘실내의 인물’을 통해 회화의 한 장면으로 통합한다. 서동욱은 영화의 방식으로 연출된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다시 유화로 기록한다. 영화적 연출이 단일 시퀀스로 기록된 회화에는 서사가 담기고, 이에 그의 작업을 회화의 미장센(Mise-en-scéne)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실내의 인물’의 장면을 사진 촬영할 때 인공 조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내의 창문, 문,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자연광)을 섬세하게 조정하여 인물의 표정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빛의 효과는 조명이 없는 어두운 실내와 극적인 대조를 만든다. 이처럼 유화로 재기록하는 과정 속, 그는 사진에 표현되지 않았던 심리적 통찰을 담는다. 회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실내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이 흐릿한 시선과 어두운 내면이 두드러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있을 때면 너무 쉽게 자기 연민에 빠지곤 한다. 서동욱은 그 순간을 회화의 한 장면으로 포착하고, 우리 모두의 나약한 내면을 거울처럼 바라보게 한다.
시야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자신의 신체를 중심으로 감각하는 최윤희는 외부의 풍경에서 점차 내면의 풍경으로 집중해오고 있다.
작가는 내면의 리듬에 맞춰 호흡하고 움직이면서 그동안 바깥으로 내뱉지 못한 심연 속 감정을 수면 위로 천천히 끌어올린다. 자신의 신체 내부에 자리한 감정의 흔적들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최윤희는 캔버스와 더욱 가깝게 맞닿은 거리에서 손으로 물감을 문질러 그려냄으로써 매 순간 마주하는 감정선을 동세와 함께 담아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는 깊이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한 심연처럼 흩뿌옇게 보이는 색면 바탕 위, 뭉쳤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실타래같은 감정선이 부유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자신의 내면을 휘젓는 움직임을 강조하는 시리즈 ‘Silent Noise’(2022-)를 시작점으로 하여, 최윤희는 시리즈 ‘Fallen Out’(2023-), ‘소리의 입’(2023-) 등을 통해 더욱 깊숙하게 확장된 추상회화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 Silent Noise #6 〉(2023)은 공허한 감정을 더 깊은 아래로 끌고 내려가는 움직임이 담긴다. 작가는 공허함 아래 수없이 캔버스 화면을 문지르면서 답답한 감정을 해소함과 동시에 작업 과정 중 수반되는 복합적인 감정도 담는다. 작가의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되는 시리즈 ‘Fallen Out’ 중, 이야기의 시작점이라는 부제가 덧붙여진 〈Fallen Out #1 (the changing beginning)〉 (2023)은 개화 직전 꽃망울의 순간처럼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느껴지는 설렘, 벅참, 그리고 긴장감을 담는다. 한편, 또 다른 시리즈 ‘소리의 입’은 우리가 말을 할 때에 동반되는 감정, 리듬, 호흡 등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으로, 입에서 비롯한 보이지 않는 청각적인 진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세세한 선들이 동그랗게 한 데 모여있는 〈소리의 입 #2〉(2023)는 소리의 흔적들을 응집한 덩어리처럼 시각화된다. 이처럼 최근 언어화되지 않은 소리와 몸짓을 새롭게 작업 과정에 초대한 최윤희는 자기 내면에 찾아온 밤과 교우하면서 내면의 에너지가 유영하는 회화를 그려낸다.
이안리는 씨앗, 잎, 꽃, 과일, 불빛, 새 등 자기 주변을 둘러싼 작은 것과 순간을 눈여겨 본다. 그는 자신의 감각을 바탕으로 하여 대상이 지닌 순수한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균형감있게 표현한다. 그는 그리기 뿐만아니라 꼬매기, 엮기, 긁어내기 등 다양한 제스처를 활용하여 작고 고요한 존재와 순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입체적인 움직임에 주목한다. 2019년도에 작가가 쓴 시 〈연금술〉와 함께, 식물의 형상을 떠올리는 수직적인 행잉 조각 〈 Alchemy, Transmutation of Matter 〉(2023)과 나무 선반 안에 작은 오브제들을 품고 있는 조각 〈모이와 등 II〉(2022)를 선보인다. 우리가 이 순간에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열망하며 비롯된 연금술처럼, 이안리는 자연물이 부서지지 않고 계속해서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이 관찰한 자연물의 한 순간을 금속(브론즈)으로 견고히 바꾼다. 금속화된 순간은 작가의 주머니 속에 간직할 수 있게 되고, 작가는 이를 다른 시간과 장소에 놓아 시시각각 유연하게 바라본다. 그는 〈모이와 등 II〉을 통해 버려진 나무 선반 안에 씨앗, 땅콩 등 부패할 순간에 처한 자연물의 찰나를 금속으로 굳힌 작은 오브제들을 나열함으로써, 작고 연약한 것을 포근하게 끌어안는다.
한편, 전시장 천장에는 ‘밤하늘을 꿰매면 어둠이 없어질까?’라는 작가의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조각 〈 Alchemy, Transmutation of Matter 〉이 수직적으로 매달려 설치된다. 작가는 바늘 구멍에 실을 끼우듯 와이어에 작은 금속 부품을 세심하게 끼워넣고, 이를 묶었다 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여러 형상으로 변화시킨다. 작은 씨앗에서 발아해 돋아나는 식물의 성장처럼, 이 작품도 사방으로 계속 자라날 것만 같은 가능성을 지닌다. 우리도 이 작품과 같이 무언가 될 수 있는 씨앗을 갖고 있다. 내면 속 씨앗이 새가 될지, 코끼리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 불안하면서도, 우리는 한편으로는 소망을 지니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씨앗을 품으며 살아간다. 자신의 일상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의 씨앗을 면면히 살펴보는 이안리는 이와 같은 보듬는 태도를 통해 자신의 삶 또한 긍정하는 듯 하다.
1974년 출생
1985년 출생
198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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